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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용감히 쏘라"…레드라인 월선, 현장서 지휘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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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를 직접 지시하고, 발사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5일 밝혔다.

북한이 24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초대형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을 발사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이 24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초대형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을 발사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이날 “23일 신형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단행할데 대하여 친필명령했다”며 “공화국(북한) 무력 최고사령관인 김정은동지의 직접적인 지도밑에 24일‘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ICBM발사를 지시한 문건.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ICBM발사를 지시한 문건. [뉴스1]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노동당 군수공업부는 23일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상황)보고” 문건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 문건에 “시험발사를 승인한다. 3월 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영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 김정은 3월 23일”는 글을 남겼다.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글을 남기고 서명을 한 문건을 ‘친필지시’라고 부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발사명령을 내리고, 발사 현장까지 챙긴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최근 화성-17형 미사일을 쏜 뒤 발사 장면을 공개하지 않았고, 정찰 위성 장비 시험이라고 포장했다"며 "오늘(25일) 북한 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김 위원장의 명령서까지 밝힌 건 다분히 군사적인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24일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진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24일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진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신문은 “ 고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고, 최대 정점고도 6248.5㎞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를 4052s(초)간 비행하여 조선 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군 당국이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거리 1080km, 고도 6,200km”라고 공개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이는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29일 발사한 화성-15형의 최고고도 4475㎞를 넘어선 가장 높은 고도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통상 미사일의 사거리는 고각발사때의 최대정점 고도의 2~3배 가량 된다”며 “북한이 화성-17형을 정상발사할 경우 1만5000㎞이상을 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때 “1만5000㎞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 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해 핵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날 시험 발사를 김 위원장의 지시 이행 차원으로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24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발사에 성공한 뒤 현장 지휘차량에서 환호하고 있는 김 위원장. [노스1]

북한이 24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발사에 성공한 뒤 현장 지휘차량에서 환호하고 있는 김 위원장. [노스1]

그러나 국제사회는 핵실험과 함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넘지 말아야 할 선’, 즉 레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에도 정찰 위성 장비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화성-17형을 쐈는데 당시엔 각각 최고고도 620㎞, 560㎞를 기록했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시각 등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고도를 조정했으나 이번에는 10배 가량 늘린 고도로 쏘면서 대놓고 레드라인을 넘긴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권력이양기를 맞아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북ㆍ미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뒷 배’를 자처하는 국가들이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데다, 북한이 향후 ‘강대 강’의 행동에 나설 뜻을 내비치며 한반도에 격랑이 일 가능성도 커졌다.

김 위원장은 시험 발사 뒤 “막강한 군사기술력을 갖추고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공화국 전략무력은 미제국주의자들의 그 어떤 위험한 군사적기도도 철저히 저지시키고 억제할 만단의 준비태세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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