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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과 평양 담판…미국 외교 전설이 된 첫 여성 국무장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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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Madeleine Albright 1937~2022

매들린 올브라이트 Madeleine Albright 1937~2022

나치와 공산당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체코 이민자의 딸로 미국의 첫 여성 국무부 장관에 오른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2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5세.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가족은 그가 이날 워싱턴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올브라이트가 탁월한 정치력과 개인적 매력으로 미국과 해외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린 외교 사령탑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소련이 붕괴한 1991년부터 2001년 9·11 사태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기 전까지 10년 가까이 미국 외교의 ‘얼굴’이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 1기에 유엔대사(93~97)를 지낸 데 이어 2기 때 국무부 장관(97~2001)으로 일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2000년 10월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2000년 10월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새로운 국제 질서가 자리 잡기 시작한 탈냉전 시대 초반에 미국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새로운 국제 질서를 추구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확장하고, 발칸반도에서 대량학살과 인종청소를 막기 위해 개입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 다자주의’ 외교의 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브라이트는 미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갈등과 분쟁을 누를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의미로 “필수 불가결한 국가”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2001년 미국 장관 중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올브라이트(오른쪽)가 2011년 11월 프라하에서 빌 클린턴 부부와 함께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브라이트(오른쪽)가 2011년 11월 프라하에서 빌 클린턴 부부와 함께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결혼과 출산 뒤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39세 때인 76년 컬럼비아대에서 공법 및 행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늦깎이’ 학자로 출발한 그는 은사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교수가 76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자 의회 담당으로 일했다.

미 언론들은 그가 22세에 결혼해 46세에 이혼한 뒤 합의금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과 인맥을 쌓았으며 외교 전문가로 발돋움했다고 전했다. 올브라이트는 37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외교관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39년 나치가 침공했을 때와 48년 소련 지원을 받은 공산당이 집권했을 때 각각 망명해 최종적으로 미국에 이주했다. 친정 가족은 유대계로 조부모 등 가족 26명이 홀로코스트 피해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매들린은 항상 선함과 우아함·품위를 지닌 사람이었으며, 자유를 위해 힘썼다”고 애도하고 백악관과 모든 연방정부 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근 만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미국이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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