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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 추진”…민주당 반대가 변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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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입구에서 회의 참석차 인수위를 방문한 각 부처 관계자들이 보안 검색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입구에서 회의 참석차 인수위를 방문한 각 부처 관계자들이 보안 검색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4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를 받고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수위원회는 “기존 중소기업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 불필요하거나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정책 및 사업의 기획이 필요하다”며 “미래 신산업을 주도할 벤처·스타트업(초기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결권은 차등의결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벤처기업 창업자 등에게 보유한 지분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초기 투자금액이 과도하게 몰리면 창업자가 경영권을 잃고 투자자에게 휘둘릴 수 있어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반면에 경영자 교체가 어렵고 작은 지분으로 회사 전체가 아닌 소수 투자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적 격차와 치열한 연구개발(R&D) 등 성장벤처기업에 허용해 줘야 한다는 부분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벤처기업이라고 해도 기존 경영진의 입지가 굳어지면 경영권을 남용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이 밖에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만든 후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회사를 키우는 등 제도 악용의 문제도 있다. 근본적으로 차등의결권은 주주 평등에 위배된다는 부분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에선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구글이나 메타(옛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복수의결권을 활용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일반 주주보다 10배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홍콩에선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복수의결권 주식 상장을 허용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2014년 복수의결권이 허용되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 게 관련 제도를 도입한 계기가 됐다.

쿠팡이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미국의 복수의결권 허용과 관련이 있다. 쿠팡은 상장 당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차등의결권을 가진 ‘클래스B’ 주식에 대해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국내에서도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으나 국회에 막혀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법안을 의결하고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에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발로 관련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지배구조와 소액주주 보호가 취약한 한국에서는 문제점이 더 크므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벤처업계는 민주당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에는 벤처기업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속하는 순간 복수의결권의 효력을 잃도록 규정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로 창업자 지분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경우에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주식에 대한 상속이나 증여도 할 수 없도록 막았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벤처기업은 경영권의 흔들림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차등의결권이 7년 이상 이어질 경우 경영권 남용 같은 부작용이 커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어, 일몰제도 등을 둬 일정 기간이 지나면 차등의결권이 소멸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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