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예대금리차 30개월 최대로…尹 공약한 ‘공시제도’ 명분 얻나

중앙일보

입력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잔액 기준 2년 6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잔액 기준 2년 6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예대금리차)가 2년 6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금리 인상기 치솟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 인상 속도는 더디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금융 공약인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제도’ 도입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예대금리 2년 6개월만에 최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예대금리 2년 6개월만에 최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잔액기준 2.24%포인트로 나타났다. 총대출 금리(3.12%)와 요구불예금을 포함한 총수신 금리(0.88%) 간의 금리 차이다. 2019년 7월(2.24%포인트)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치다. 신규 취급액 기준 지난달 예대금리차(1.8%포인트)도 한 달 전(1.55%포인트)보다 눈에 띄게 격차가 벌어졌다.

24조 챙긴 은행 ‘웃고’ vs 영끌족 ‘울상’  

5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5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예대금리차 확대 속 희비가 엇갈리는 건 은행과 대출자다. 두둑한 이자 이익을 챙기는 쪽은 은행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24조337억원)은 1년 새 12% 불어났다. 신한은행(1.83%포인트)의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고, 국민(1.8%포인트)과 하나(1.72%포인트), 우리(1.63%포인트)은행이 뒤를 이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빚을 끌어쓴 대출자는 울상이다. 제자리걸음인 예금 금리와 달리 대출 금리는 치솟고 있어서다. 지난 23일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연 4.02~5.45%) 상단은 5% 선을 훌쩍 넘어섰다. 6개월 전보다 최고·최저금리가 1%포인트씩 뛴 결과다.

반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12개 정기예금 상품의(1년 만기)의 기본 금리는 24일 기준 연 1.32%다. 여기에 급여·관리비 이체 등 각종 우대금리 혜택 요건을 모아도 금리가 연 2% 선을 넘는 상품은 한 개뿐이었다.

윤 공약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명분 얻나  

빠르게 오르는 대출금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빠르게 오르는 대출금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금융 공약으로 내건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제도’ 도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대 대선 정책 공약집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과도한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은행이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분기별로 공개했던 반쪽짜리 정보를 월별 등 주기적으로 공개해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뿐이 아니다. 필요하면 가산금리의 적절성을 따지고, 은행 간 담합 요소가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예대금리차가 가파르게 확대되면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신용등급에 따른 손실비용, 법적 비용은 물론 은행 목표 이익률까지 반영돼 결정한다. 한마디로 은행의 영업전략이 담긴 셈이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금리산정 체계를 점검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현황을 파악한 뒤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을 최종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정부 개입은 시장 경쟁 막아”

전문가들은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은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개입 가능성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의) 예대금리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유익한 부분이 크다”면서 “하지만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는 자칫 정부의 가격 결정 개입으로 시장 경쟁 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중·장기적으로 가격(금리)은 은행 간 자율 경쟁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정부가 '창구지도'하는 식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선 이미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금리는 신용등급 등 차주 상황에 따라 다른데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금리 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커지면 당장 영업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