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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피해자"…청주 여중생 유족, 가해자 부인에 자필편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청주 여중생 피해자 A양 어머니 이모(47)씨가 자필 편지를 읽은 뒤 위로를 받고 있다. 최종권 기자

24일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청주 여중생 피해자 A양 어머니 이모(47)씨가 자필 편지를 읽은 뒤 위로를 받고 있다. 최종권 기자

“○○이 엄마. 부디 진실을 밝혀주시길 간청합니다.”

두 여중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사건’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 아내를 향해 성폭행 정황을 증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건의 항소심 과정에서 친족 성폭행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가해자를 가장 잘 아는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12일 단짝인 A양과 B양이 아파트에서 동반 투신해 세상에 알려졌다. 성폭행 피해 조사를 받은 지 3개월이 막 지난 시점이었다. 두 여학생을 차례로 성폭행한 B양의 의붓아버지 C씨(57)는 1심에서 강간치상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C씨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양에 대한 성폭행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B양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친족 강간 혐의는 양형에 적용하지 않았다. 다만 B양의 정신과 의사 면담 기록과 경찰 진술을 토대로 2020년 가을~겨울께 C씨가 의붓딸에게 유사성행위를 가한 것으로 봤다.

A양 유족은 C씨가 자신의 의붓딸도 지속해서 성폭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B양의 병원 진료 기록을 검찰에서 추가 확보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도 제출한 상태다.

24일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청주 여중생 피해자 유족 이모(47)씨가 자필 편지를 낭독했다. 최종권 기자

24일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청주 여중생 피해자 유족 이모(47)씨가 자필 편지를 낭독했다. 최종권 기자

A양의 어머니 이모(47)씨는 항소심 공판을 마친 24일 오후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낭독한 자필 편지에서 “2021년 1월 이후 당신(B양 친모)이 하루도 밉지 않은 날이 없었다”면서도 “당신을 천인공노할 범죄자로 보지 않는다. 당신도 피해자이며, 범죄의 도구였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라며 “죽은 두 아이가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이제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A양의 아버지 박모(50)씨는 “항소심 재판부에서 검찰이 요청한 요양급여 청구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딸의 친구이자 피해자인 B양이 성폭행당한 사실이 병원 진료 기록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B양이 사망하기 전 추가 병원 진료기록을 확보한 뒤 이 자료를 토대로 성폭행 피해 여부와 사망과의 연관성을 규명할 예정이다. 검찰은 C씨가 과거 6~7세이던 의붓딸 B양을 성추행했으며, B양이 13세가 된 2020년에도 잠을 자고 있던 딸을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C씨는 지난해 1월 17일 자신의 집에 놀러 온 A양에게 술을 먹이고, A양이 잠든 사이 성폭행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C씨 측은 항소심 재판에 앞서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음 항소심 재판은 4월 21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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