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너무 예민해도, 너무 무덤덤해도 문제" 양육자 성향이 아이 우울증 부추긴다

중앙일보

입력

☞아이는 소중합니다. 그런데 삶은 불확실하죠. 때문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누구에게나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일 겁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위협이 얹어졌습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hello! Parents와 함께 [괜찮아,부모상담소] 시즌 2를 연 이유입니다. 신의진 교수는 지난 1월부터 아이에 대한 고민을 가진 양육자를 비대면으로 직접 만나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말 못할 육아 고민, 여러분도 갖고 계시진 않은가요? 신의진 교수의 [괜찮아,부모상담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사연 신청은 hello! Parents 홈페이지를 구독한 뒤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메일(helloparents@joongang.co.kr)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감정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곧 만 4세가 되는 준수(가명) 엄마입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고요. 준수는 예민한 편이지만, 밖에 나가면 모르는 아이한테 먼저 말을 걸 정도로 외향적이에요. 호기심도 많고요.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짜증이 부쩍 늘었어요.
얼마 전엔 어린이집에서 친구 얼굴을 할퀴었어요. 준수는 자기가 만든 장난감에 손대지 말라고 했는데, 친구가 만지다 부서졌나 봐요. 아이들끼리 놀다 보면 이런 저런 일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의 생각은 다르더라고요. 준수에게 놀이치료를 받게 하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그 뒤론 아이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친구 얼굴에 절대 손대는 거 아니라고 계속 주의를 주는데 잘 알아들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집에서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장난감을 던지면서 화를 내요. ‘엄마랑 같이 다시 해보자’고 타일러도 소용이 없어요. 본인이 원하는 걸 해주지 않는다고 아빠를 때린 적도 있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잖아요. 예민한 기질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분노 조절에 서툰 거겠죠?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문제없던 아이가 갑자기 공격성을 보이는 건 이상 신호입니다. 아이가 세 돌 전이라면 과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점차 감정 조절력이 향상되면서 공격성이 줄어들죠. 이전과 달리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걸 봐선 우울증이 아닐까 싶어요. 코로나19로 소아 우울증이 엄청 늘었거든요.”

권지연(가명)씨의 고민을 듣던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지연씨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 끝에 코로나19로 인한 소아 우울증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신 교수는 지난 1월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다시 연 뒤 지금까지 총 5명의 상담자를 만났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한 소아 우울증 의심 사례만 벌써 두 번째입니다. 그만큼 많은 아이가 코로나19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신의진 교수는 “코로나19로 양육자가 우울감을 느끼면서 아이에게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기기를 더 많이 쥐여준다”며 “만 세 돌 이전에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일방향 자극을 지속해서 받으면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전대미문의 상황인 만큼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면서 “너무 예민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다들 저렇게 크는 거겠지’라며 무심했다간 아이 문제 상황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지연씨와 신의진 교수의 상담은 지난 2월 7일 줌을 통해 30분간 진행됐습니다.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는 권지연씨의 동의를 얻어 상담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혹시 잘 크던 아이가 갑자기 문제 행동을 보이진 않나요? 나도 모르는 새 우울감에 빠져 아이를 돌보는 데 소홀하진 않았는지 점검해 보세요.

별 문제없던 아이가 부쩍 화를 낸다면

신) 권지연님 말씀을 들어보면 지금 아이 상태가 좀 심각해 보이는데,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나요?
권) 친구에게 ‘장난감을 만지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듣질 않자 화가 나서 얼굴에 손을 댄 것 같아요.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있는 친구 얼굴을 할퀸 건 아니니까요. 심각한 문제라고 봐야 하는 건지 판단이 안 서네요.

신) 어머니, 두 돌도 아니고 네 돌짜리가 친구의 얼굴을 할퀴었다는 건 이상한 거예요. 정서 조절력이 떨어진다는 방증이죠. 정확히 언제부터 준수가 분노 조절이 안 됐죠?
권) 세 돌 반 정도 됐을 때입니다. 이전엔 이런 증상이 전혀 없었어요.
신) 공격성은 원래 어릴 때 더 심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감정 조절력이 발달하면서 차츰 누그러지죠. 하지만 준수는 지금 거꾸로잖아요. 원래 멀쩡했던 아이가 공격적으로 변했으니까요.

코로나19로 인한 소아 우울증 급증 

권) 어린이집 선생님은 제가 복직을 하고 난 후 아이가 화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어요.
신) 아이 몇 살 때 복직하셨죠?
권) 두 살 후반쯤입니다.
신) 아까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한 게 세 돌 반이라고 하셨어요. 복직 시기와는 시차가 있어 복직 때문이라고 보긴 힘들 것 같아요. 혹시 아이가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보냈나요?
권) 저희 부부가 맞벌이라 대부분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업무 특성상 출근했거든요. 남편도 마찬가지고요. 유행이 심할 땐 어린이집이 휴원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도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했어요.

신) 제가 준수를 직접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아이가 온몸으로 느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요.
권)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신) 다른 국가에선 요즘 코로나 시대를 겪은 영유아에 대한 연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언어 발달이 지연되고 기분 조절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경험과 자극이 차단되면서 뇌 발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죠.

예민해도 무심해도…육아에는 부적절

신) 권지연님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근무지도 집과 먼 데다 재택근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셨잖아요. 이런 환경이 아이한테 좋을 수 없고요.
권) 물론 힘이 들지 않는다고 할 순 없겠죠. 그렇다고 유독 제가 더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신) 권지연님은 무덤덤한 성격이신 거 같아요. 무덤덤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문제 상황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여요. ‘괜찮을 거야’라며 쿨하게 넘기는 거죠. 긴급돌봄 서비스도 자주 이용하셨잖아요. 양육자 중엔 아이를 긴급돌봄에 보냈다가 혹시 코로나에 걸리진 않을까, 친구들은 오지 않는데 아이만 갔다가 소외감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물론 양육자가 너무 예민한 것도 아이 정서에 좋지 않지만, 양반대로 너무 둔한 것도 문제일 수 있어요. 아이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할 수 있거든요.

☞신의진 교수의 [괜찮아,부모상담소] 상담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 전문에는 우울증 걸린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소아 우울증의 효과적인 치료법은 무엇인지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신의진 교수의 솔루션이 궁금하다면 중앙일보가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해 만든 hello! Parents에서 전체 기사를 확인해 보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