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냉골에 언 밥" 동부구치소 사태 증언...秋 "주의 결여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청송교도소 이감 뒤 난방이 안 되는 마룻바닥에 얇은 이불 2장, 침낭으로 추위를 견뎠다."

"물이 얼어버릴 정도의 추위를 호소해도 온수 샤워는 진행되지 않았다."

"도시락의 밥과 국도 꽁꽁 얼어 있었고, 전수조사한 날은 낮에야 아침 식사가 제공됐다."

"독거실에 수용된 뒤 너무 아파 호출벨을 눌렀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어 3일간 혼자 앓았다."

지난 2020년 12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 연합뉴스

지난 2020년 12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 연합뉴스

2020년 말 누적 11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소자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의 일부를 재구성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재소자나 가족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등 5개 사건, 100여명에 이르지만, 정부 측은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서면에 따르면 당시 확진자들이 한겨울 난방 없이 지내야 했고 꽁꽁 언 식사를 했다는 열악한 처우 외에 구치소에서 제대로 치료와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생한 폭로도 담겼다.

"구치소 한 층에 '생활치료센터'라고만 붙여놨고, 확진된 후 일주일이 지나기까지 의료진을 본 적이 없다."

"고지혈증, 알레르기 등 평소 먹던 약을 전달받을 수 없었다. 불면증을 호소했더니 연고가 나왔다."

"확진자들이 방 안에 있는데도 이불을 덮어쓰라고만 한 뒤, 창문으로 소독약을 뿌렸다."

"취사장에선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 일회용 마스크는 질이 좋지 않아 실밥이 코와 입으로 들어올 정도인 데 방역복도 안 입고 감염 사동에 도시락을 나눠줬다."

이에 재소자 측은 ① 사태 초기에 밀접 접촉자들을 감염 경로와 상관없이 강당에 한데 몰아넣어 감염이 확산한 점 ② 마스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점 ③ 다른 교도소로 이감된 후에도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법무부 측은 "구치소에 환기가 잘 되는 공간이 부족해 강당에 수용하는 게 불가피했고, 이후에는 재소자들을 청송교도소 등 다른 구치소로 옮겼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소자 측은 "다른 격리 공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고, 강당에 머무른 재소자들이 마스크를 벗거나 신체적 접촉을 해도 구치소 측은 아무런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재소자들에 대한 처우가 어땠는지를 두고도 다투고 있다. 법무부 측은 "마스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것 자체로 위법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재소자들이 이감된 청송교도소 온도를 19~21도로 유지했고, 도시락은 외부 업체로부터 1일 3회 공급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소자 측은 "아무런 근거 없는 막연한 허위의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또 "구치소에 의료진이 몇 명이 있었는지, 어떤 진료와 처방을 했는지 입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동부구치소의 한 재소자가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구가 적힌 글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서울 동부구치소의 한 재소자가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구가 적힌 글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법무부와 함께 이 사건의 피고가 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않고 있다는 게 재소자 측 주장이다. 재소자 측은 "추 전 장관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한 눈이 팔려 구치소 집단감염 사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추 전 장관 측은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간략한 답변을 재판부에 낸 상태다.

이들을 대리하는 박진식 변호사(법무법인 비트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치소와 법무부의 책임을 인정했는데도, 정부와 추 전 장관은 막연히 책임을 부인할 뿐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열린 2차 손배소 사건의 변론기일에서 재소자 측은 "각각 다른 재판부로 배당된 5개의 사건을 한 재판부가 심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