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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옮겨갈 용산 국방부·합참, C4I체계 잘 갖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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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민석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중동의 미군 기지였던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의 벙커인 합동항공작전센터(CAOC). 합참과 국방부 벙커도 이와 유사하게 생겼으며, 차이는 오른쪽에 벽 대신 계단식 지휘관 자리가 있다. 계단식 지휘관 자리는 강화 유리로 차단돼 있고 그 곳에서 작전회의를 하면서 즉각적인 지시도 내린다.[위키]

중동의 미군 기지였던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의 벙커인 합동항공작전센터(CAOC). 합참과 국방부 벙커도 이와 유사하게 생겼으며, 차이는 오른쪽에 벽 대신 계단식 지휘관 자리가 있다. 계단식 지휘관 자리는 강화 유리로 차단돼 있고 그 곳에서 작전회의를 하면서 즉각적인 지시도 내린다.[위키]

청와대 이전 따른 안보공백 팩트체크  

이전으로 지휘통제 큰 문제 안 생겨 

청와대 벙커는 북한 미사일에 취약

국방부 벙커, 북 재래식 공격에 안전

패트리엇·대공포 재배치 필요 없어

청와대의 용산 이전을 두고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버리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는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 관계 장관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돼 안보 역량 결집이 필요한 교체기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 합참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참의장 출신 11명은 지휘통제시스템 구축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대장 64명을 포함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예비역 장성 1000여 명은 이전해도 안보 공백이 없다는 입장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가.

내부 시설 허술한 청와대 벙커
 필자는 국방부 대변인을 맡았던 5년 동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과 목함지뢰 사건, 장거리 로켓 발사, 3차 핵실험(2016년 2월) 등을 합참 벙커에서 대처했다. 매년 관악산 B1벙커에서 일주일씩 밤새 을지훈련에도 참가했고, 청와대 벙커를 비롯해 군의 거의 모든 지휘벙커를 가봤다. 청와대 벙커는 견고성에 문제가 있고 내부 시설도 허술하다. 육군 군단급 벙커보다 못하다. 매주 회의를 위해 청와대에 갈 때마다 비서동(여민관) 3개는 북한 미사일 공격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을 목격했다. 청와대 본관은 500m나 떨어져 직원 또는 국민과 소통이 쉽지 않다.

 먼저 청와대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안보 공백이 생긴다는 지적이 얼마나 타당할까. 청와대가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국방부가 합참 청사로 들어가는 과정에 위기관리와 전쟁 지휘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방부 청사에는 C4I시스템(합동지휘통제체계) 가운데 국방통신망과 국가지도통신망은 이미 설치돼 있다. 교통과 소방방재 등 재해재난망은 수신장치만 약간 보완하면 된다고 한다. 윤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5월 10일 0시를 기준으로 국방부 청사에 마련된 대통령 새 집무실의 C4I시스템은 가동되고, 그 직전까지 현재 청와대 벙커의 C4I시스템도 유지된다. 대통령 교체 기간에 위기관리의 공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물론 해킹에 대해선 경계단계를 높여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국가지휘통제 흔들리지 않아
 국방부가 들어갈 합참 청사와 지하 벙커에는 C4I시스템이 이미 잘 마련돼 있다. 기본적으로 현행 작전은 합참이 수행하는데 벙커는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합참 작전에 관여하는 일부 국방부 직원은 개인에게 지급된 단말기를 합참 청사에서 코드만 연결하면 된다. 관악산 지하에 있는 정부 B1벙커에서 수행하는 을지훈련 때도 국방부 직원은 인가된 노트북을 들고 간다. 이사에 어수선한 점은 있지만, 국가지휘통제와 전쟁지휘체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용산으로 이전하면 이 지역에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 군 통수권이 몰려있어 북한 공격에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장사정포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군 통수와 관련된 핵심 인사들이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사적으로 보면 과장된 기우다. 핵무기라면 모를까 재래식 미사일 1발로 국방부와 합참 청사를 동시에 파괴하기란 불가능하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2발이건 3발이건 청와대와 국방부·합참 건물마다 미사일을 쏠 수 있다. 거리는 문제가 아니다.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 있는 총리 집무실과 국방부가 불과 200m 지척에 있고, 프랑스도 대통령이 집무하는 엘리제 궁과 국방부 사이 거리가 1㎞다.

청계산 지하에 있는 한·미연합사 벙커인 CP 탱고는 지하에 넓은 광장식 공간으로 돼 있는데 그 앞쪽으로 한미 장병들이 비좁게 앉아서 각종 전황과 작전 지시를 처리한다. 사진은 2013년 8월 을지훈련 중 박근혜 대통령이 CP 탱고를 방문해 한·미 장병들과 사진 촬영하는 모습. 뒷줄 왼쪽에서 세번째에 김관진 전 안보실장도 보인다.[주한미군]

청계산 지하에 있는 한·미연합사 벙커인 CP 탱고는 지하에 넓은 광장식 공간으로 돼 있는데 그 앞쪽으로 한미 장병들이 비좁게 앉아서 각종 전황과 작전 지시를 처리한다. 사진은 2013년 8월 을지훈련 중 박근혜 대통령이 CP 탱고를 방문해 한·미 장병들과 사진 촬영하는 모습. 뒷줄 왼쪽에서 세번째에 김관진 전 안보실장도 보인다.[주한미군]

북한 탄도미사일의 한계
 북한이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국방부나 합참 청사에 명중하더라도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다. 더구나 북한 탄도미사일은 오차가 수십m여서 건물의 대통령 집무실과 같은 특정 지점을 맞출 수도 없다. 북한 장사정포는 오차가 250m 이상이고 파괴력도 크지 않다. 청와대가 이전할 국방부 청사 북측 콘크리트 벽을 겨우 뚫을까 말까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확인된 파괴력이다. 국방부와 합참 벙커는 북한의 어떠한 재래식 무기의 공격을 받아도 안전하다. 이에 비해 반지하인 청와대 벙커는 매우 취약하다. 북한 미사일을 직격으로 맞으면 붕괴할 소지도 있다.

 군 통수권의 효율적인 수행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청와대보다 국방부 청사가 훨씬 유리하다. 국방부 벙커가 안전하고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유사시엔 옆에 있는 합참 청사에서 대통령이 군 지휘관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할 수 있다. 합참 벙커에선 작전 중인 공군 전투기 조종사와 통화도 가능하다. 지금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생기면 국방부 장관은 곧바로 합참 청사로 간다. 따라서 청와대의 용산 이전에 안보 공백이 생긴다는 말엔 수긍하기 어렵다.
 국방부가 합참 청사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불평은 나올 수 있다. 사무실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부와 합참은 과거 오랫동안 한 집 살림했다. 두 기관은 1970~2003년까지 국방부 별관에, 2003~2012년엔 현 국방부 청사에 같이 있었다.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은 국방부 청사 지하 벙커에서 합참과 함께 지켜봤다.
 합참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2012년 신청사를 바로 옆에 지어 이사했다. 이 청사는 한·미연합사가 들어올 것을 고려해 국방부보다 크게 지었는데 연합사는 평택기지로 갔다. 그러다 보니 합참은 사무실을 넓게 사용한다. 합참 지하 벙커는 국방부 벙커의 2배나 된다. 거의 지하 3층 규모의 극장 구조다. 합참의장 집무실은 국방부 장관실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합참 건물은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영내엔 리모델링한 별관이 있는데 국방부 청사와 같은 규모다. 그 외에도 국방부 영내에 부속 건물이 여럿 있다. 국방부와 업무적으로 직접 연관이 없는 부대와 기관은 인근 지역에 있는 국방부 소유의 빈 건물이나 수방사로 옮겨도 된다.

유사시엔 B1벙커에서 작전 수행
 현재로선 이전 계획이 없지만 합참은 B1벙커가 있는 수도방위사령부 지역으로 옮기는 게 맞다. 합참의 작전·정보부서는 전·평시 구분 없이 24시간 일한다. 상황이 발생하면 B1벙커에 신속하게 들어가야 하는데 용산에서 꽤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 당선인실에 따르면 합참을 이전할 경우 작전·정보부서는 아예 B1벙커 안에서 배치할 것이라고 한다. 나머지 부서가 근무할 건물은 1000억원 내외로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이전 비용 1조원은 터무니없다. 관악산 아래에 있는 B1벙커는 북한 도발 등으로 데프콘(DEFCON)이 격상하면 합참·국방부는 물론 대통령과 정부 핵심 기관이 들어와 전시(戰時) 정부를 꾸리는 곳이다. 입구는 몇 개의 두꺼운 철문이 중첩돼 있고 내부 길이는 900m가 넘는다. 내부에 작전상황실과 각종 회의실·수면실 등이 즐비하다. 최근에도 시설을 개량해 현대화돼 있다. 북한 핵무기에도 끄떡없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기면 패트리엇 미사일과 대공포 등 방공포대를 재배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서울 인근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은 청와대보다 서울 전체 방어가 목적이다. 그래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에 가장 유리한 산꼭대기에 배치돼 있다. 패트리엇은 사거리가 20~30㎞여서 북한 탄도미사일이 날아오면 서울 상공이 아니라 대체로 북한산 너머에서 요격한다. 따라서 패트리엇을 옮길 이유가 없다는 게 이 부대를 관리했던 예비역 장교의 얘기다. 청와대 이전 TF팀에 따르면 현재 국방부 주변 고층 건물 옥상에는 대공포가 이미 배치돼 있어 추가 배치는 필요 없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청와대의 용산 이전과 관련한 안보 공백 논란은 과장됐다고 볼 수 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박정환 합참차장의 “현행 작전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 솔직한 답이다. 그런 면에서 청와대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을 우려한 문 대통령의 지적은 부정확하다. 국민에게 불안감만 조성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청와대 이전 TF팀은 국민의 걱정을 고려해 빈틈없이 치밀하게 이전계획을 세워 추진할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