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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돌풍 드라마 ‘시맨틱 에러’…남자끼리 로맨스라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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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18일 왓챠가 공식 SNS에 업로드한 자사 오리지널 시리즈 ‘시맨틱 에러’ 스틸컷. 지난달 16일 공개된 이후 ‘시맨틱 에러’는 왓챠 시청순위 TOP10에서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왓챠]

지난 18일 왓챠가 공식 SNS에 업로드한 자사 오리지널 시리즈 ‘시맨틱 에러’ 스틸컷. 지난달 16일 공개된 이후 ‘시맨틱 에러’는 왓챠 시청순위 TOP10에서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왓챠]

원칙주의자 공대생 추상우(박재찬)는 조별 과제에 무임승차한 조원들 이름을 발표자료에서 몽땅 빼버린다. 해당 과목에서 F 학점을 받고 졸업이 좌절된 시각디자인과 장재영(박서함)은 자신을 피하는 상우를 찾아 나선다. 재영의 끈질긴 추적 끝에 마침내 조우하게 된 두 사람. “생각보다 잘생겼네” 재영이 상우에게 던진 첫마디다.

지난달 16일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시맨틱 에러’의 초반 줄거리다. 2018년 출간된 동명의 웹소설을 8부작으로 그려낸 이 드라마는 공개 직후부터 줄곧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두 주인공이 초반에는 티격태격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에게 ‘스며드는’ 이야기. 전형적인 로맨스 코미디물의 서사를 따르지만,  ‘시맨틱 에러’에선 그 주체가 남녀 대신 둘 다 남성이다. 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트로서는 이례적으로 ‘BL’(Boy’s Love, 남성 동성애 코드 로맨스물) 장르를 전면에 드러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10~30대 여성이 주요 소비층인 BL 장르는 TV 등 기존 대중 매체보다 웹소설·웹툰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숨어서 보는’ 콘텐트로 여겨지곤 했다. 2020년 제작된 웹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시작으로 ‘새빛남고 학생회’ ‘나의 별에게’ 등 BL 영상 시리즈물이 제작됐다. 여기에 ‘시맨틱 에러’가 성공을 거두면서 BL 대중화에 물꼬가 트이는 양상이다.

아이돌 출신 주연 배우도 덩달아 관심을 받는다. 두 사람이 표지를 장식한 영화 잡지(‘씨네21’ 1346호)는 동났다. 박재찬이 소속된 아이돌 그룹 DKZ(전 동키즈)의 과거 타이틀곡이 일부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했다.

원작 웹소설을 유통한 플랫폼 리디북스에 따르면 드라마 공개 이후 일주일간 웹소설 거래액은 이전 대비 576% 증가했다.

BL물이 수면 위로 올라온 배경에는 OTT 보급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젊은 여성 등 BL 주요 이용자층은 취향을 위해 언제든 지갑을 열 수 있는, 구매력 높은 이들”이라며 “OTT로서는 팬덤이 계속해서 구축되는 BL 장르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NEW는 사업 다각화의 목적으로 BL 웹드라마 제작 및 투자에 나섰다. BL 웹툰 ‘인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블루밍’을 오는 31일 네이버 시리즈온과 IPTV 등을 통해 동시 공개한다. 이어 3편의 BL 웹드라마를 올해 안에 추가로 제작해 유통할 계획이다.

하지만 BL이 웹드라마 형태를 넘어 확고한 주류문화로까지 대중화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전망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BL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국내 OTT까지 BL물에 뛰어들기까지는 장벽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민지 교수는 “과거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가 공중파에서 방영됐을 때 반발이 일었던 사례 등을 보면 대중화가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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