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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만원 BMW가 20만원…한라산 중턱에 무더기 방치된 사연 [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라산 중턱에 전기차 무더기 방치 

지난해 5월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중산간 초지에 렌터카로 쓰이던 BMW 전기차인 i3 수십대가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중산간 초지에 렌터카로 쓰이던 BMW 전기차인 i3 수십대가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제주 애월읍 고성리 해발 500~600m 중산간 초지. 한라산 중턱에 BMW 전기차 i3 차량 70여 대가 무더기로 방치돼 있었다. 대당 6000만 원대의 전기차들은 2019년 초 법정관리에 들어간 제주 A렌터카 측이 주차대행업체를 통해 맡겨놓은 차량으로 파악됐다.

당시 주차업체는 자사 주차부지가 부족하자 한라산과 제주시내 등에 차량을 세워뒀다. 이후 제주 초지 위에 수입 전기차가 가득 세워진 게 알려지자 지난해 6월 다른 곳으로 차량들을 옮겼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을 빌려 140여 대를 세우고, 나머지 60대는 제주시 외도동의 자사 주차부지로 옮겼다. 업체 측에 따르면 테마파크 주차장에 옮겨진 차들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며, 부분적으로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난 차량들은 자사 주차부지로 이동시켰다고 한다.

법정관리 3년만…경매에 100명 넘게 몰려

지난해 9월 서귀포시 안덕면 모 테마파크에 자차중인 BMW I3 전기차. 최충일 기자

지난해 9월 서귀포시 안덕면 모 테마파크에 자차중인 BMW I3 전기차. 최충일 기자

이런 BMW 전기차들이 원 주인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3년만에 경매에 나왔다. 23일 제주지법과 렌터카업계에 따르면 방치 중이던 BMW 전기차 200대가 경매에 부쳐져 160여 대가 낙찰됐다. 지난 15일 BMW 전기차에 대한 동시매각절차가 진행된 제주법원 101호 법정에는 약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대부분 타지역 중고차 업자…보조금 낭비 비판

지난 2018년 7월 제주도내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는 BMW I3 전기차 . 최충일 기자

지난 2018년 7월 제주도내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는 BMW I3 전기차 . 최충일 기자

낙찰자는 대부분 타 지역의 중고차 매매업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자들은 “상태가 양호한 차량은 현재시세로 대당 20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고, 일부 파손된 차량도 나머지 부품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주도민 사이에선 “제주도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쏟아부어 공급한 차들이 다른 지역에서 운행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제주도가 도내 렌터카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보조금이 투입된 전기차 4143대 중 2303대만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840대는 다른 지역에 매각되거나 수출 형태로 반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제주도는 매년 한 차례 이상 전기 렌터카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업체 1곳당 구입 차량도 50대로 제한했다.

차량 상태 따라 20만~1600만 원까지 경매

지난 2018년 7월 제주도내 모처에서 충전 중인 BMW I3 전기차. 최충일 기자

지난 2018년 7월 제주도내 모처에서 충전 중인 BMW I3 전기차. 최충일 기자

이번에 낙찰된 차량은 2015~2016년식 BMW i3 모델로 절반 정도는 일반 모델, 나머지는 고급 모델로 파악됐다. 전체 판매금액은 120여억 원이며, 등급에 따라 5650만~6470만 원대다. 이들 차량들은 공급 당시 1대당 2100만~22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번 경매 당시 감정평가액은 차량 상태에 따라 20만~1600만 원으로 책정돼 “보조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고로 차량이 파손됐거나 배터리 방전으로 정상적으로 운행이 불가한 차량들은 감정평가액이 더 낮았다.

낙찰자들은 법원에서 지정한 대금지급기일 안에 낙찰대금을 모두 납부하면 소유권을 이전받게 된다. 제주지법은 다음달 5일 2차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유찰된 차량은 30% 낮은 가격에 재경매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A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경매 전에 매수 의향을 보인 업체가 몇 군데 있어 협의했지만 세금과 과태료 등의 문제로 결국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며 “차량을 좀 더 일찍 매각해 경매까지 가지 않았다면 행정기관도 좋았고, 기업도 더 빨리 정상화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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