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산에 '진' 치는 文…지방선거 '낙동강 전선' 신구권력 대격전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 청와대,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 청와대, 국회사진기자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김해·거제 등 이른바 ‘동부경남 낙동강 벨트’가 6·1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지역은 다른 경남 선거구와 마찬가지로 과거 보수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했으나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진보의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대 대선을 거치면서 다시 보수성향의 표심을 보여 지방선거 때도 대혼전이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사저가 신축 중인 경남 양산시다. 인구 35만 명인 양산은 경남 18개 시·군 중 유일하게 낙동강 동쪽에 있다. 동쪽에 치우친 위치와 낙동강이라는 지형적 거리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경남보다는 부산·울산에 더 가깝다. 그래서인지 보수 일변도인 경남의 다른 지역과 정치적 성향에서 온도 차가 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양산은 그동안 보수정당보다는 무소속 후보의 존재감이 컸다. 양산시장 선거의 경우 1·2회 지방선거는 무소속, 3회 지방선거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4회 지방선거는 다시 무소속이 승리했다. 5·6회 지방선거 때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이겼지만 민주당이 전국에서 압승한 7회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내년 5월 퇴임 후 거주할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 외관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건물 형태가 공사 가림막 너머 보이기 시작했다. 송봉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내년 5월 퇴임 후 거주할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 외관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건물 형태가 공사 가림막 너머 보이기 시작했다. 송봉근 기자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53.52%,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2.18%를 얻었다. 양산에서 두 후보 간 득표율은 10% 이상 차이가 났지만, 경남 18개 시·군 중 김해시와 거제시에 이어 이 후보 득표율이 3번째로 높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낙동강 벨트 핵심 지역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양산시를 이번 지방선거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곳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여세를 몰아 4년 만에 시장직 탈환을 기대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시도 또 다른 승부처다. 과거 김해는 경남 다른 시·군과 마찬가지로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했다. 1995년 6월 제1회 지방선거부터 2006년 4회 지방선거까지 보수정당이 4번 연속 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고향인 봉하마을로 돌아온 2008년 이후부터 표심이 진보성향으로 바뀌었다. 2010년 6월 5회 지방선거 때 사상 처음 민주당 김맹곤 후보가 당선됐고, 이후 2018년 6월 7회 지방선거까지 4회 연속 민주당이 시장직을 차지했다.

김해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49.33%, 이 후보가 46.24%를 얻었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12년 만에 김해시장직 탈환을 노리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곳 역시 반드시 사수해야 할 곳으로 꼽고 있어 진보·보수간 접전이 예상된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변 모습. 송봉근 기자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변 모습. 송봉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자 조선업의 도시인 거제시도 빼놓을 수 없는 접전지로 떠올랐다. 인구 24만명의 거제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등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다.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2곳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조선소 직원을 중심으로 노동자와 청장년층 인구가 많아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짙다. 이번 대선에서는 윤 당선인이 49.84%, 이 후보가 44.69%를 득표해 김해 다음으로 표 차이가 적었다.

거제시장 자리 또한 역대 보수정당 후보들이 독차지했으나 7회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현재는 조선업 불황 속에 대우조선 매각 문제로 3년 넘게 진통을 겪고 있는 게 선거 변수로 꼽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양산·김해·거제 3곳을 중심으로 또다시 민주당 바람이 불지도 관심사다. 앞서 노 전 대통령 귀향 후 김해를 중심으로 낙동강 벨트에 진보 표심이 결집한 바 있어서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대선에서 이들 지역의 지지율이 과거보다 크게 상승한 여세를 몰아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9일 SBS에서 방영된 개표방송 중 한 장면. 대선 후보들이 걸그룹 노래에 춤을 추는 장면 등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캡처

9일 SBS에서 방영된 개표방송 중 한 장면. 대선 후보들이 걸그룹 노래에 춤을 추는 장면 등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캡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