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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복 샤넬' 룰루레몬 "韓젊은이 웰빙 최상"…이런 결론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삶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상복으로 활용하기 좋은 옷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룰루레몬]

세계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삶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상복으로 활용하기 좋은 옷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룰루레몬]

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기나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을 겪으면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질문이다.

캐나다의 스포츠 의류기업 룰루레몬은 지난해부터 ‘세계 웰빙(Wellbeing) 보고서’를 통해 ‘웰빙지수’를 발표하며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에 대한 세계인들의 생각을 나누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호주·중국·일본·싱가포르의 18세 이상 성인 1만명이 조사 대상이다.

룰루레몬 로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룰루레몬 애틀라티카'의 'A'를 변형해 디자인한 것으로 여성의 양갈래 머리모양을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연합뉴스

룰루레몬 로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룰루레몬 애틀라티카'의 'A'를 변형해 디자인한 것으로 여성의 양갈래 머리모양을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연합뉴스

지난 1998년 세워진 룰루레몬은 전 세계에 레깅스와 애슬레저(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운동복)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얇은 요가바지 하나에 10만원이 넘는 가격대 때문에 ‘요가복의 샤넬’이라 불리지만 사실 룰루레몬의 공식 모토는 ‘스웨트 라이프(The Sweat Life)’, 땀 흘리는 생활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식으로 열심히 건강하게 살자는 것이다.

룰루레몬은 까다롭게 제작되는 제품 품질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로 '요가복계의 샤넬'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각자가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땀 흘리는 생활'을 지향한다. [사진 룰루레몬]

룰루레몬은 까다롭게 제작되는 제품 품질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로 '요가복계의 샤넬'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각자가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땀 흘리는 생활'을 지향한다. [사진 룰루레몬]

룰루레몬의 바지 제품들. 다양한 신체를 존중하며 입었을 때 사람이 느끼는 감성과 감각을 최우선시한다. [사진 룰루레몬 홈페이지]

룰루레몬의 바지 제품들. 다양한 신체를 존중하며 입었을 때 사람이 느끼는 감성과 감각을 최우선시한다. [사진 룰루레몬 홈페이지]

실제 룰루레몬은 모델같이 정형화된 몸매나 남과 경쟁하는 기존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옷 제품만 봐도 성능이 아니라 사람의 느낌에 따라 ‘벗은 것 같은(naked)’ ‘감싸 안아주는(hugged)’ ‘안정감이 드는(held in)’ 등으로 구분해 놨다. 또 운동과 일상생활이 어우러질 때 균형잡힌 삶이 가능하다는 철학으로 무난한 색상과 디자인의 재킷이나 바지, 가방·신발 등을 내놓고 있다.
연령이나 직업, 운동 종류에 상관없이 나 자신의 기분과 생활양식을 최우선에 두는 철학이 큰 공감을 얻으면서 지난해 롤루레몬의 매출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7조원을 넘어섰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최근 발표된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10개국 중 전년 대비 웰빙지수가 가장 많이 올랐다. 전체 지수는 글로벌 평균인 66점에 못 미치는 65점이었지만 지난해 9위에서 세 계단이나 올랐다. 중국(75점)은 1위였지만 4점이나 떨어졌고, 일본은 61점으로 최하위였다.

웰빙지수는 신체·정신·사회적 웰빙지수를 종합한 점수다. 룰루레몬의 개러스 포프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를 겪으면서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right to be well)가 있다는 믿음이 더 강해졌다”며 “웰빙이란 개념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지금은 몸·마음·사회적인 관점에서 ‘균형적 웰빙’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흥미로운 건 코로나 3년차를 맞아 ‘사회적 건강’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사회적 웰빙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고 직장·학교 등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는 정도인데 올해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웰빙지수는 평균 64점으로, 신체적(66점) 웰빙이나 정신적(68점) 웰빙보다 한참 낮게 나타났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젊은이들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의 신체적 웰빙지수는 66점으로 전체 세대의 평균과 같았지만 정신적·사회적 웰빙지수는 각각 61점으로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Z세대의 절반이 넘는 53%가 코로나 기간에 더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도 다른 세대보다 1.5배 많았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가 10·20대인 셈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는 위축된 사회관계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풀고 있었다. 나라별로는 미국·영국·호주·싱가포르 Z세대의 SNS 이용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긴 반면, 한국 Z세대는 하루 평균 1시간30분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프 부사장은 “조사 결과 웰빙 수준이 가장 높은 건 하루에 1시간 SNS를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한국 평균이 정확히 1시간이었고, 이 점이 전반적인 웰빙 지수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상 SNS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소외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웰빙을 높이는 4대 요소로 ▶야외활동 ▶활발한 신체활동 ▶가까운 사람과의 교류 ▶적절한 휴식을 꼽았다.

실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사회적 웰빙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로 커뮤니티와 소속감을 꼽았다. 심지어 사무실 등 일터로 복귀하는 사람들의 웰빙지수(70점)가 재택근무만 하는 사람들(64점)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룰루레몬 대표매장 벽면. 이소아 기자

서울 청담동에 있는 룰루레몬 대표매장 벽면. 이소아 기자

언뜻 요가라고 하면 실내에서 혼자 하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회적 교류는 룰루레몬이 강조해 온 핵심이다. 룰루레몬의 ‘스웨트맵(Sweat Map, 땀 지도)’이 대표적이다.
이 지도에는 요가·트레이닝·달리기 등 종목별로 내 근처에 있는 교육기관이나 관련 시설이 있는지 표시돼 있다. 또 매장의 직원들은 지역마다 학교가 지식을 공유하듯 ‘에듀케이터(교육자)’라 불린다. 매년 6월21일 ‘세계 요가의 날’ 즈음에는 세계적으로 음악·명상·요가·대화 등 축제 형식의 행사도 열고 있다.

룰루레몬은 한국을 신체·정신·사회적 웰빙이 조화를 이룰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포프 부사장은 “한국은 일상에서 운동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운동을 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관리하려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이상의 운동이나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골프·하이킹·테니스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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