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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적은데…1000억짜리 ‘이응다리’ 세종시 명물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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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금강보행교 북측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강 건너 남측으로 세종시 청사가 있다. 걷기 전용인 이 다리는 원형으로 건설됐다. [사진 LH세종특별본부]

금강보행교 북측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강 건너 남측으로 세종시 청사가 있다. 걷기 전용인 이 다리는 원형으로 건설됐다. [사진 LH세종특별본부]

세종시 금강에 국내 최초로 조성된 ‘관광용 걷기 전용 다리’가 오는 24일 개방된다. 보기 드문 동그라미 형태의 다리는 걷는 길과 자전거길이 위아래로 놓인 것도 눈길을 끈다.

세종시와 LH세종특별본부 등에 따르면 금강보행교는 오는 24일 오후 6시부터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다. 2018년 7월 첫 삽을 뜬 지 3년 8개월 만이다. 금강보행교는 한글도시를 표방한 세종에 동그란 모양으로 설치된 덕분에 ‘이응다리’로도 불린다. 총사업비는 1083억 원이다.

금강보행교는 금강 남쪽인 세종시청 뒤편과 강북에 있는 세종중앙공원·국립세종수목원을 잇는다. 원형 길이는 총 1446m이며, 도로를 잇는 접속부 길이를 합하면 1.7㎞에 달한다. 길이는 한글이 반포된 1446년을 상징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 관계자는 “세종시 관광 명소이자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통을 닷새 앞둔 지난 19일 금강보행교를 찾았다. 다리 위에 올라서자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교답게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다리 위쪽은 걷기 전용이고, 아래쪽은 자전거 길(폭 7m)이다. 걷기 전용길은 폭 12m로 넓은 편이었다. 보행로 양측은 강화 유리로 울타리를 쳐서 강바람을 막아준다.

동그라미 형태인 다리 한가운데서 반대편을 바라보니 꽤 멀어 보였다. 다리 지름은 460m다. ‘4’는 세종대왕이 조선의 4번째 왕임을, ‘6’은 행복도시 6개 생활권을, ‘0’은 원형 도시를 의미한다고 LH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들이 한쪽에 쏠려도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비상시엔 상부 도로로 차도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보행길 곳곳엔 40여개 화단과 벤치, 바닥 분수대, 연못, 버스킹 공연장 등이 설치됐다. 화단에는 나무와 꽃 등을 심었다. 또 인공 수목도 곳곳에 만들어 포토존으로 활용하게 했다. 아스팔트로 된 보행로 바닥엔 100m 간격으로 거리가 표시돼 있다. 북측 진입 부분에는 높이 15m의 전망대도 있다.

세종시는 다리 개통을 앞두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놨다. 다리 북쪽에 조성중인 중앙공원 인근에 500대 규모의 임시 주차장을 만들었다. 또 보행교 강남과 강북 연결 지점에 자전거 200대씩을 보관할 수 있는 거치대를 설치하고, 세종시 공공자전거인 ‘어울링’도 비치했다.

보행교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6시~오후 11시이며, 이용료는 받지 않는다. 세종시는 “5월부터 지역 관광거점을 운행하는 세종시티투어 코스에 금강보행교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세종보 개방에 따른 빈약한 금강 수량이다. 이날 보행교 위에서 본 금강도 물이 많지 않아 제대로 된 경관을 갖추지 못한 느낌이다. 또 과거 세종보를 닫았을 때 운행했던 마리나 선착장도 폐허가 된 채 방치돼 있었다. 세종시민 최영락씨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금강보행교를 만들었는데 강에 물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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