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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폐암환자 38개월 생존…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효과 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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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이미지. 셔터스톡

폐암 이미지. 셔터스톡

국내 산학 연구진이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 4기 폐암 환자의 특성을 찾았다. 폐암세포를 공격하는 종양침윤성림프구(TIL)라는 면역세포가 많은 폐암 환자에게 키트루다라는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박세훈 교수, 병리과 최윤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김효진 교수, 루닛 옥찬영 최고의학 책임자(CMO)가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루닛의 인공지능(AI) '루닛 스코프 IO'를 활용했다. 병리학 전문가의 폐암 조직 판독 결과를 참고해 TIL이 암 조직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인공지능모델을 학습시켰다.

 키트루다는 진행성 4기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에게 쓰이는 면역항암제이다. 2차 치료제(다른 약을 먼저 쓴 뒤 안 들으면 투여)로 투여할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다 최근 4년 반만에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이 확대됐다. 'PD-L1'이라는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 발현율이 50% 이상이되 특정 유전자(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만 건보가 적용된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학습 결과,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TIL)의 밀도가 키트루다의 효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2014~2019년 삼성서울병원에서 키트루다를 투여받은 환자 299명, 분당서울대병원 투여 환자 219명을 분석했다.

 종양 상피조직 내 TIL 밀도가 106/㎟ 이상인 환자는 활성 환자군, 그 미만은 비활성 환자군으로 분류했다. 활성군의 중위 생존기간은 24.8개월, 비활성군은 10.6~14개월이었다. 중위 생존기간은 환자의 생존기간을 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오는 값을 말한다. TIL 밀도가 높은 환자의 생존기간이 낮은 군의 1.8~2.3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생존기간 중 암세포 진행이 멈춘 시간도 활성군이 4.1개월로 비활성군(2.2~2.4개월)보다 길었다.

 또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투여할 경우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518명 중 1차 치료제로 투여받은 환자가 43명, 2차 약 264명, 3차 약 211명이다. 1차 치료제 투여 환자 중 TIL 활성군의 생존기간 중위값은 38개월이다. 전체 활성군(1~3차 치료제, 24.8개월)보다 길다. 1차 치료제 활성군 38개월은 비활성군(11.9개월)의 3.2배에 달한다.

 이번 연구에서 건강보험 미적용 환자군(PD-L1 발현율 49% 이하)에도 키트루다가 효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TIL 활성군에게 키트루다를 투여했더니 치료 반응률이 22.8%였다. 비활성군은 3.9%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세훈 교수는 “(TIL이라는) 새 바이오마커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많은 환자가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고, 자칫 소외될 수 있는 환자에게 치료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모델을 검증한 최윤라 교수는 “인공지능모델이 더 발전한다면 병리 의사를 보조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암 환자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암 관련 세계 최고학술지 중 하나인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IF=44.54)’ 최근호에 실렸다.

삼성서울병원 이세훈, 최윤라, 박세훈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세훈, 최윤라, 박세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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