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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키트 사다줘요" 하루 수백건…심부름앱 매출 2배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에 사는 30대 초반의 1인 가구인 김정아씨(가명)는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재택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약이나 식료품 등을 챙겨줄 가족이 가까이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김씨를 살린 건 ‘심부름 대행 애플리케이션(앱)’이었다. 약 배달해 줄 사람을 찾는 글을 올린 지 30분 만에 처방 약과 생필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김씨는 “몸도 아픈데 격리 중이라 나가지도 못하고, 약 배달을 부탁할 가족도 없어 매우 난감했다”며 “앱이 배달 상황을 상세히 알려줘서 안심됐다. 격리 중에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또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심부름 요청. [니더 제공]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심부름 요청. [니더 제공]

한 달 만에 매출 100% 증가…자가격리 확산에 급성장 

최근 코로나19 폭증세로 확진자와 격리자가 급증하면서 심부름 대행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21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해주세요’(10만), ‘애니맨’(50만), ‘급구’(50만), ‘김집사’(10만) 등 다운로드 횟수가 10만이 넘는 심부름 대행 앱들이 여럿 등록돼 있다. 대행료는 대략 1건당 3000원 정도다. ‘해주세요’를 운영하는 하이퍼로컬의 조현영 대표는 “‘해주세요’를 통해 들어오는 코로나 진단 키트 배달 요청이 하루에도 수백 건에 달한다”며 “최근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자가 격리자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주세요’ 측에 따르면 기존 월 매출 증가율은 약 30% 정도였다. 그러나 21일 기준 현재까지 성장률은 전월 대비 100%를 보이고 있다. 약 배달이 전체 배달 요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 정도인데 약 배달 중 60%는 코로나 키트 요청이 차지한다고 한다. 비대면 진료 뒤 병원에서 약을 대신 수령해달라거나 검사소에 먼저 줄을 서 달라는 이색 요청도 있다.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심부름 앱들. [구글 스토어 화면 캡처]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심부름 앱들. [구글 스토어 화면 캡처]

지난 1월부터 심부름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급구’의 경우 최근 두 달간 총 1만 8000여 건의 심부름 요청이 등록됐다. 심부름 지원자 수는 2만 명을 기록했다. ‘급구’ 앱을 운영하는 ‘니더’측은 “급구 앱에서 자가진단 키트나 생필품 구매, 비대면 진료 의약품을 대리 수령해달라는 등의 코로나로 인한 픽업 요청을 하는 비중이 전체 픽업 심부름 중 약 53%(7466건)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자가진단 키트부터 반려동물 사료까지…심부름 종류 가지각색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심부름 대행 앱의 성장세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08년 오프라인 사업을 시작으로 심부름 대행 서비스를 제공해온 ‘애니맨’은 2020년 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14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매출액이다. 지난해에는 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애니맨 측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을 기점으로 약 1.5배 이상 매출과 이용자 수가 늘었다”며 “최근에 자가격리자 숫자가 증가하면서 재택 치료약, 자가진단 키트, 택배, 장보기 등의 미션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애니맨 측에 따르면 동물병원에서 (반려견 등의) 사료를 구해 달라거나 우체국 택배 발송, 서류 출력 등을 요청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시국 이후로도 심부름 대행 서비스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현영 하이퍼로컬 대표는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심부름 서비스 이용자 수가 최고점을 찍은 상황이다. 이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젊은 고객들은 이후로도 심부름 서비스를 익숙하게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이퍼로컬에 따르면 ‘해주세요’ 앱 이용자의 약 52%가 20대다.

'약사법 위반'논쟁도…플랫폼 이용 시 이용약관 잘 따져야

우후죽순 생겨나는 심부름 대행 서비스에 대해 면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난 ‘처방약 심부름’을 두고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처방약 배달 대행이 ‘약사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약사법에서 약사가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거치지 않고 의약품을 발송, 수령하는 행위는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현행법에 이와 관련한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동찬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약사가 복약 지도만 잘한다면 다른 사람이 처방전으로 약을 대신 지어 받았다고 해서 처벌받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 [pixabay]

약. [pixabay]

심부름 대행 요청을 수행하는 경우(일명 ’헬퍼’)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재욱(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부름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정 변호사는 “플랫폼이 말 그대로 앱 기능만 제공하고 서비스 제공 주체가 아니라면 서비스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중요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약관을 꼼꼼히 따져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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