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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K리그 데뷔골 “죽기살기로 뛰었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수원FC 공격수 이승우(오른쪽 두번쨰). 별명 ‘코리언 메시’답게 빠른 드리블에 이은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연합뉴스]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수원FC 공격수 이승우(오른쪽 두번쨰). 별명 ‘코리언 메시’답게 빠른 드리블에 이은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와 대구FC의 맞대결이 열린 20일 수원 종합운동장. 전반 12분 수원 공격수 이승우(24)의 동점 골이 터지자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어머니 최순영씨 눈가가 촉촉해졌다. 벨기에 프로축구 신트트라위던 진출 후 2년여 동안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아들의 K리그 데뷔 골에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흥겨운 춤 세리머니로 첫 골을 자축한 이승우는 어머니 최씨가 앉은 관중석 방면으로 손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이승우가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 올 시즌 6번째 출장이자 2번째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K리그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수원FC의 첫 홈경기라 득점포의 의미도 남달랐다.

골 장면은 ‘코리안 메시’라 불리던 이승우의 재능을 한꺼번에 보여준 하이라이트 영상 같았다. 반 박자 빠른 스타트로 수비 틈새를 허물었고, 안정적인 드리블로 상대 위험지역 정면을 파고들었다. 무게중심을 낮춰 상대 수비수 두 명의 견제를 버텨낸 뒤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경기 후 이승우는 “골이 필요한 시점에 득점으로 팀에 보탬이 돼 기쁘다”면서 “좋을 때나 힘들 때나 늘 힘이 돼 준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올라 (손 하트로) 감사의 표시를 했다”고 말했다.

0-1로 끌려가다 동점을 만든 이승우의 득점 이후 양 팀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7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홈팀 수원이 4-3으로 이겼다. 시즌 2승(1무3패)째를 거두며 승점 7점으로, 순위를 8위로 끌어올렸다.

이승우는 지난해 말 신트트라위던과 계약을 해지하고 고향 팀 수원FC 손을 잡았다. 유럽 내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K리그행을 결정한 건 ‘뛰어야 산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승우는 “벨기에 시절 연습경기에서 멀티 골을 넣어도 다음 경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면서 “고향 팀에서 감독님, 동료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며 원 없이 뛰고 싶었다”고 했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K리그 무대에 적응하는 과정에 김도균 수원FC 감독도 든든한 지원군으로 참여했다. 이승우와 클럽하우스 출퇴근을 매일 함께하며 ‘카풀 과외 선생님’을 자처했다. 전술부터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스승이자 축구 선배로서 조언을 건넸다.

이승우는 “감독님과 함께 출퇴근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면서 “오랜만에 풀타임을 소화해 힘들었지만, 믿고 기회를 주신 만큼 죽기살기로 뛰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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