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잔혹사 겪은 '여가부'…'N번방 추적단' 만난 뒤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2022.03.20 05:00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뉴스1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뉴스1

‘여성가족부 폐지’

지난 1월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일곱 글자의 단문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이른바 ‘페미니스트’로 불리는 인사의 캠프 합류를 반대하며 등을 돌렸던 20대 남성들은 지지율 상승으로 화답했다. 약자와의동행위원회 등을 직할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했던 윤 후보는 이를 기점으로 캠페인 전략을 수정했고, 실제 투표에서도 20대 남성들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의사는 확고하다. 윤 당선인은 13일 여가부 폐지 실행 방향을 묻는 질문에 “(여가부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 오히려 구체적인 상황에서 겪게 되는 인권침해,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가부가 폐지 대상으로 오르내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가부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한명숙 초대 장관을 필두로 정원 102명의 ‘초미니 부처’로 출발했다. 이후 여성가족부(2005)→여성부(2008)→여가부(2010)로 명패를 세 번 바꿔 달며 축소와 확대 개편을 반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거 당시 ‘슬림한 정부’를 표방하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엔 여성단체와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며 여가부를 여성부로 축소하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과 맞물려 '여가부 무용론'이 힘을 받았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여가부가, 지난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폭력 사건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게 결정적이었다. 여가부는 여당인 민주당에 관련 공약을 만들어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여성 관련 업무가 정부의 모든 부처와 연관돼 있으므로 정부부처를 따로 둘 필요가 없다는 논리도 거론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 [윤 당선인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 [윤 당선인 페이스북 캡처]

윤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여가부 폐지는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여성 의원은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성 유권자에게 반감을 줬던 정책을 재차 밀어붙이다가 여성 표를 뺏길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20대 여성 3분의2가 성범죄와 연루된 여당의 대선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이유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으로 인한 반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도 거세다. 정부 부처를 설립·폐지하거나 개편하려면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 여성위원회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더 나은 여가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명칭 변경이나 기능 조정이 필요하나, 그 지향점은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의원은 “모든 것이 윤석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정청래 의원)이라거나 “마초적인 냄새가 풍겨지는 대목”(서영교 의원)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여가부 폐지 반대를 앞세워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일명 여가부 폐지 반대론자인 20대 여성 박지현씨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 내부 의견을 수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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