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몸을 지렛대 삼아 스윙해야 공이 똑바로 멀리 나간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80호 29면

박원의 챔피언 스윙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종목에 출전한 고진영이 18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종목에 출전한 고진영이 18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세계 최고의 여자골퍼는 고진영 선수다. 1995년생으로 올 7월이면 만 27세가 되는데,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 기간 총 10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에 참가했는데 6차례나 우승했다. 그 과정에서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및 30라운드 연속 언더파로 두 부문에서 LPGA 신기록을 작성했다. 또 66홀 연속으로 그린을 적중시키기도 했고, 114홀 연속 보기 없는 경기도 했으니 지금 여자 프로골프계는 고진영 선수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진영, 올 시즌 그린 적중률 83% 1위  

소나기는 잠시 피해 가는 법. 다른 경쟁자들도 지금은 차분히 고진영 선수의 기세를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고진영 선수의 기록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고진영 선수의 경기 내용을 보면 풀 스윙을 의미하는 ‘볼 스트라이킹(ball striking)’ 능력이 뛰어나고, 특히 그 정확성이 주목을 받는다. 올 시즌 현재 한 차례만 대회에 참가해 우승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89.29%로 4위, 그린 적중률 83.33%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티에서 그린에 올라갈 때까지 LPGA 투어 선수들 기록의 평균치보다 라운드당 3.27타의 이득을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시즌에도 페어웨이 안착률 79.74%로 13위, 그린 적중률 78.77%로 2위였다. 두 부문을 합해 살펴보면 고진영 선수가 최고 중 단연 톱이었다. 샷 정확성의 비결은 무엇일까? 세계랭킹 1위 고진영 선수의 스윙에서 골퍼들이 배워야 할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몸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동작이다.

그림1

그림1

일단 그림 1에서 고진영 선수 스윙의 연속 동작을 보자. 셋업에서 백스윙 톱으로 가고, 임팩트를 지나 팔로스루로 가는 자세를 보면 눈에 두드러지는 기울기가 있다. 머리에서 왼발까지 일직선을 이루는 전신의 기울기이다. 몸 전체가 하나의 축이 돼 지면에 지렛대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셋업부터 그 기울기가 전혀 변화 없이 그대로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골프 스윙에서 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고진영 선수의 스윙처럼 하체가 다운스윙을 리드하면서 스윙의 축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 축의 기울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스윙의 일관성 면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 고진영 선수의 연속 스윙 자세처럼 머리부터 왼발까지 일직선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스윙을 하자. 그 일직선이 화살표 방향으로 지면을 꾹 눌러 체중을 실어주며 볼을 때릴 때 지렛대 효과는 극대화된다. 특히 지면을 눌러 주기가 무섭게 왼쪽 다리를 뻗어주면 그 지면의 반발력을 임팩트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비거리 증대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임팩트 순간 오른쪽 어깨는 더 아래로

그림2 그림3

그림2 그림3

몸 전체를 스윙의 축으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셋업이 무척 중요하다. 하체로 다운스윙을 리드하기 위해서 고진영 선수처럼 상체를 타깃 반대 방향으로 기울여 놓자. 그렇게 하면 어깨가 힙보다 살짝 더 타깃에서 멀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척추는 기울어진다. 기울어진 척추를 그대로 유지하며 스윙을 하는 것은 고진영 선수 스윙의 핵심이다. 셋업 때 기울여 놓은 척추 덕분에 다운스윙 때 힙이 타깃 쪽으로 먼저 밀고 나가는 것이 쉬워진다. 이렇게 셋업을 하면 신체의 좌측면이 전체적으로 곧게 펴진 느낌이 들게 된다. 이때의 셋업 느낌을 영문 알파벳으로 표현하면 그림 2와 같이 ‘K’자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은 이미지와 닮았다. 이 이미지를 항상 떠올리며 셋업을 하면 올바른 척추 기울기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K’자 셋업이 이루어지면서 척추가 기울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더 나아가 척추가 기울어지면 어깨도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그립을 쥘 때 오른손이 왼손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깨가 기울어져야 자연스럽다. 이렇게 셋업하면 왼팔은 상대적으로 곧게 펴져 있는 느낌이 들고, 오른팔은 상대적으로 살짝 덜 펴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기울어진 어깨와 양팔을 보면 완벽하게 ‘기울어진 삼각형’의 모습이다. 그 기울어진 만큼 왼팔이 오른팔보다 살짝 위에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머리와 어깨 기울기에 집중해야 한다. 머리는 임팩트 순간 셋업 때의 위치에 그대로 둔다. 스윙 과정에서 머리는 전신으로 만든 축의 한쪽 끝 역할을 한다. 만약 축의 한쪽 끝 역할을 하는 머리가 스윙 과정에서 좌우로 움직인다면 일관성 있는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데 치명적이다. 따라서 머리를 고정해 놓은 채 하체의 리드로 지렛대 동작을 만들어야 파워를 실어주기가 쉽다.

그림4

그림4

즉,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신의 축을 그림 1처럼 하체의 리드로 왼발 쪽에 실어줘야 올바른 체중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파워를 제대로 실어줄 수 있다. 만약 하체가 리드할 때 머리까지 타깃 쪽으로 따라 나가면 역동적인 에너지는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팩트 순간 머리가 셋업 때 위치에 그대로 있으니 어깨도 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깨 기울기는 얘기가 다르다. 전신의 축이 왼발을 향해 실리는 임팩트 순간에 어깨는 그림 4처럼 셋업 때보다 더 기울어진다. 대다수 일반 골퍼들의 어깨 모습은 임팩트 순간에도 셋업 때와 그 기울기가 비슷하거나, 혹은 오히려 좌우 어깨가 수평에 가까운 오류를 범한다. 머리를 비롯한 상체가 리드하는 다운스윙이 이루어지면서 엎어치기(over-the-top)를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골퍼들이 어깨 기울기에 관심을 가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일러스트 : 허영주

뒷짐 진 셋업 자세서 방문 틀 이용해 연습

척추 기울기를 유지하며 스윙을 하는 연습 방법. 필자가 과거 욘 람의 스윙 동작을 소개하면서 방문 틀을 왼쪽 힙으로 부딪히는 연습을 소개한 바 있는데 다시 한번 소개하고자 한다.

① 집이나 사무실 등의 문을 열고 문틀 선상에서 실제 볼을 치듯 셋업을 한다. 이때 왼발 뒤꿈치가 문틀에서 10㎝ 떨어지도록 한다

② 셋업 자세에서 양손을 허리 뒤쪽으로 옮겨 뒷짐을 진다.

③ 뒷짐 진 셋업 자세에서 머리는 지면을 바라보도록 고정한 채 양팔이 아닌 몸동작만으로 연습 스윙을 하자.

④ 임팩트 자세에서 머리는 여전히 셋업 때 위치에 두고, 왼쪽 골반 뼈 바로 아래 두툼한 힙 근육으로 왼쪽의 방문 틀을 강하게 부딪치는 힙턴을 한다.

⑤ 방문 틀에 부딪히는 순간의 척추 기울기와 어깨 기울기를 느껴보며 익숙해지도록 반복하자. 실제로 볼을 칠 때도 그렇게 움직여야 한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 고려대학교 경영학 석사 및 미시간주립대학교 환경정책학 박사로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다가 미국에서 프로의 길로 나섰다. 모델골프 마스터 인스트럭터, 더 골핑머신 인스트럭터, 퍼팅존 인스트럭터로서 과학적인 지도를 강조하며 전인지 등 국내 유명프로 선수들을 배출했다. 골프다이제스트 국내 최고의 지도자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JTBC골프 해설위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