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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간첩” 외친 전광훈 목사, 1‧2‧3심 무죄 확정…왜?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집회에서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등 명예를 훼손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전광훈(66)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앞서 문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하는 등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7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선고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선거운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전 목사는 지난 2019년 10월 9일 집회에서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하고 12월 28일 집회에서도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로 발언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간첩 발언을 한 것은 인정되지만 공적 인물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 내지 행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이나 그에 대한 수사학적 과장으로 보인다”며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으로서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위해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항소심 역시 ‘간첩’,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발언은 대통령에 대한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피고인의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 또는 허위사실의 적시가 아닌 단순한 의견 표명은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 주최로 열린 1천만 자유 통일 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찬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 주최로 열린 1천만 자유 통일 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찬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 목사는 이미 선거법 위반죄로 유죄를 인정받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광화문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해 불법 선거 운동을 한 혐의도 받았다. 전 목사는 “내년 4월 15일 날 자유우파 정당들이 연합을 하든지 해서 200석을 확보해야 대한민국이 산다”라고 말하거나 “보수우파의 최고 대표인 황교안 대표의 지략에 우리는 다 따라야 한다” 같은 발언을 했다.

1심은 전 목사의 이런 발언이 ‘선거운동’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의한다. 앞서 1심은 전 목사의 발언에 대해 ‘자유·보수 우파 정당’이라는 용어는 의미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특정 정당이라고 명확히 할 수 없고, 시기적으로도 발언 당시 총선 관련 정당 후보자 등록(2020년 3월 26일~27일) 이전이었다며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전 목사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풀려났다. 앞서 수사과정에서 구속된 전 목사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8‧15 광화문집회에 참석해 보석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다시 구속돼 재판을 받은 이력이 있다. 전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주말 서울 도심에서 ‘1천만 자유통일 기도회’ 등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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