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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천재 수학자와 가난한 학생, 냉혹한 현실의 착한 정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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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연기경력 33년의 최민식이 신인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전형적인 ‘착한’ 영화의 흐름을 끌어간다. [사진 쇼박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연기경력 33년의 최민식이 신인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전형적인 ‘착한’ 영화의 흐름을 끌어간다. [사진 쇼박스]

코로나19 팬데믹을 피해 개봉 시기를 미루고 또 미뤘지만, 결국 연일 ‘사상 최대치’ 경신 중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지난 9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흥행 1위’ 타이틀이 무색하게 15일까지 누적 관객은 27만3000여 명이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들께 감사드린다”는 박동훈(50) 감독을 15일 전화 인터뷰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춘 채 자사고(동훈고)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과 그 학교에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들어온 학생 한지우(김동휘)가 펼치는 이야기다. 최민식의 2년여 만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탈북’ ‘수학’ 등 소재는 예민하고 딱딱하지만, 분위기는 잔잔하고 따뜻하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사교육을 못 받아 수학을 포기할 지경에 이른 한지우가 이학성으로부터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 “포기하는 대신 내일 아침 다시 풀어봐야겠다고 하는 게 수학적 용기” 등 가르침을 받는 과정을 위로와 힐링에 초점을 맞춰 그렸다. ‘착한’ 영화의 전형적 흐름이다. 박 감독도 “반듯한 영화”라고 자평했다. “반듯함과 예쁨·친절은 무례함·위선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박동훈 감독

박동훈 감독

단편·독립영화로 대한민국영화대상 단편영화상(2006),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각본상(2010) 등을 받으며 주목받은 박 감독에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첫 상업영화다. 촬영은 2020년 3월 마쳤다. 그해 11월로 예정됐던 개봉은 코로나19로 계속 미뤄졌다. 이번에 영화진흥위원회의 개봉 지원금 10억원을 받았지만, 손익분기점은 관객 150만 명이다.

“개봉 이후 세 차례 영화관에 가서 관객과 함께 영화를 봤다”는 박 감독은 “파이송 연주 장면 등에서 관객과 공명이 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파이송은 원주율(π) ‘3.141592…’를 1은 도, 2는 레 등으로 바꿔 연주한 곡이다. 딱딱한 숫자가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 장면은 영화가 전하는 희망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많은 몫을 최민식의 카리스마에 의존한다. 상대 역인 김동휘는 오디션에서 뽑힌 신인배우다. 박 감독은 “인지도 높은 배우도 고려했는데, 오디션 과정에서 처음 보는 배우가 최민식이라는 대배우 앞에 서 있을 때 화면 안에서 만들어지는 생생한 긴장감이 효과적일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험한 선택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배우 최민식의 부피감이 어마어마해 화면 밀도를 채워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말금·탕준상 등 최근 대세 배우들이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도 볼 만하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고 하니, 영화로선 운이 좋았던 셈이다. 수학교사 등 악역 캐릭터를 단순하게만 묘사한 대목이 아쉬웠는데, 박 감독은 “승리의 쾌감을 그리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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