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수상한 돈 봉투…시속 38㎞ 車에서 번뜩인 '형사의 눈'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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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복귀하던 형사들이 보이스피싱 범행 피해 현장을 우연히 포착해 범인을 붙잡았다.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건 지난 8일 오후였다.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 소속 형사 두 명은 평내동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경찰 형사기동대 승합차를 타고 복귀하던 도중 차창 밖 길가에서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두툼한 돈 봉투와 두 남성, 그리고 휴대전화

길거리에서 한 남성이 두툼한 봉투를 들고 서 있는 남성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넸다. 봉투를 든 남성은 건네받은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했다.

차량 블랙박스 화면에 포착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의 범행 모습(원 안). 남양주남부경찰서

차량 블랙박스 화면에 포착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의 범행 모습(원 안). 남양주남부경찰서

두 형사는 시속 38㎞ 정도로 서서히 움직이는 차 안에서 왕복 8차로 건너편 길가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상하다’는 직감에 보이스피싱 거래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보이스피싱 직감하고 차 돌려 수거책 잡아 

형사들은 즉시 차량을 돌려 현장으로 접근했다. 검문을 통해 보이스피싱 수거책인 A씨(26)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당시 A씨는 피해자 B씨(39)로부터 현금 14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막 건네받고 현장을 10m가량 벗어나 걸어가던 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 B씨는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갈아타게 해 줄 테니 일단 일정 금액을 먼저 내라”는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환 대출 형식의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은 상황이었다. B씨는 피해를 막아준 경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차량 블랙박스 화면에 포착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의 범행 모습(원 안). 남양주남부경찰서

차량 블랙박스 화면에 포착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의 범행 모습(원 안). 남양주남부경찰서

금융기관 사칭 사기에 1400만원 건넨 피해자  

경찰은 A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며,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관된 일인지는 몰랐고, 단순히 봉투만 받아 전달해 주려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유완석 남양주남부경찰서 형사과장은 “평소 보이스피싱 수사 전담팀에서 활약 중인 형사들이라 짧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만 보고서도 범죄 현장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직사이트 등을 통해 일자리를 구해 영문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을 수거해주다 경찰에 검거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런 행위도 처벌 대상”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는 대출상환 명목이나 수사 명목으로 절대 만나서 현금을 받아가는 일이 없으므로 속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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