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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 테리블’ 임동혁 데뷔 20년 “음악 줄곧 사랑하는 나를 칭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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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2년 데뷔 음반을 내 올해로 20주년이 된 피아니스트 임동혁. [사진 크레디아]

2002년 데뷔 음반을 내 올해로 20주년이 된 피아니스트 임동혁. [사진 크레디아]

“이전에도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많았지만, 임동혁 씨는 대중적인 팬클럽을 만든 최초의 피아니스트로 꼽힙니다.”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자 이상민 클래식 음악 큐레이터는 음반 데뷔 2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임동혁을 이렇게 소개했다. 1984년생인 그는 10대에 각종 국제 콩쿠르에 입상했고, 2005년엔 한국인으로는 처음 쇼팽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다.  클래식 팬덤을 만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임동혁은 첫 앨범을 17세였던 2002년 쇼팽·슈베르트·라벨로 냈다.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추천이었다. 20주년을 맞아 슈베르트 소나타 두 곡을 최근 발매했다. 슈베르트가 생애 마지막 해에 완성한 곡이다. 전국 투어 독주회(3월 18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5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6월 1일 아트센터 인천)도 한다. 그는 “정신없이 달려왔다. 음악을 아직 사랑하고, 배우려는 열망이 넘친다는 점을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임동혁은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 쪽이었다.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는 3위 입상에 항의해 수상을 거부했고, 직설적 화법과 태도로 구설에 올랐다. 사건·사고도 유독 잦았다. 쇼팽 콩쿠르에서는 조율 기구가 피아노 안에 남아있는 사고로 연주를 중단했다. 부조니 콩쿠르에서는 예선 1위였던 그가 결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관객과 언론의 항의가 빗발쳤다.

임동혁은 “20대까지는 성과주의처럼 구체적 목표가 있었지만, 이제는 여러 가지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그의 생각도 변화를 겪었다. “다소 추상적인 첫 번째 목표는 더 나은 뮤지션이 되는 일이다. 예전과 달리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뇌를 포함해 신체가 퇴화하면서 의식하고 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엄청나게 공부해서 칠 수 있는 작품을 늘리는 것이다.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직설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그는 “그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술·담배를 시작해 절대 끊지 못하게 된 점”이라거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벨기에 여왕이 주는 상을 거부하는 바람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하지만 고민하고 앞을 내다보는 모습도 드러났다. “20대 때보다 연습을 더 꾸준히 한다. 그리고 가장 성가신 일을  찾아내 일부러 한다.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도 연주해보지 않은 곡이었는데 한 달 만에 익혀 무대에 올랐다. 안주하지 않는 일이 이제 가장 중요하다.”

임동혁은 20주년을 기념하는 6번째 음반으로 슈베르트를 녹음하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슈베르트 앨범이 최고 연주와 녹음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30대 후반 임동혁의 해석을 포착해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자부한다. 많은 분이 듣고 질타와 비판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그 의견으로 내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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