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노믹스 설계자 김광두 "尹정부, 기득권 카르텔부터 무너뜨려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J노믹스’의 설계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김 원장을 1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에게 새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해야할 일을 물었다. 답은 분명했다. “기득권 카르텔부터 무너뜨려라.”

2019년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 '한일 비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임현동 기자

2019년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 '한일 비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임현동 기자

김 원장은 정권 교체의 이유로 부동산을 꼽았다. “일상생활에서 부동산이 미치는 영향이 제일 크다. 제일 중요한,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은 크게 부자가 됐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며 “부채는 엄청 늘고 성장 동력은 약화하고 사회적 분열은 양극화로 더 심화하고. 당연히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2018년 말 680조5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말 1075조7000억원(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늘어난다. 문 정부 기간 늘어난 부채만 400조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김 원장은 “양극화 문제를 정부에서 풀어보려고 하다가 국가채무가 늘었다”며 “정책을 아주 비효율적으로 입안하고 집행한 결과”라고 짚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만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 원장은 “문 대통령 임기는 2017년부터였고 코로나19 사태는 2020년 시작했다”며 “코로나19만 가지고 (경제정책 실패를)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8년 12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광두 당시 부의장. 연합뉴스

2018년 12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광두 당시 부의장. 연합뉴스

새로 출범할 정부가 이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김 원장은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기득권 카르텔 해체 그리고 경제 질서의 공정성 확보, 유연성 제고다.

“개인과 기업, 기업과 정부. 이런 모든 거래 관계에서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세력이 기득권이다. 그리고 기득권끼리 사익 추구를 위해 힘을 합하자고 암묵적 합의를 본 게 카르텔”이라며 “경제 체질의 공정성 확보와 이어지는 개념인데, 기득권 카르텔이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 경제 체질이 유연하기 되기 힘들고 양극화 해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들 활동의 기반은 기존 제도와 규칙, 기존 거래 관행과 인적 네트워크에 있다”며 “입법ㆍ사법ㆍ행정의 공직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화천대유 사건을 보면 사법계 인사 관련한 의혹이 많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자기들이 가진 기득권을 잘 지키기 위한 도움이 필요했고, 그들에게 대가를 지불한 거다. 오랜 거래 관행에 바탕을 둔 규칙과 제도가 기득권 카르텔의 뿌리”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기득권 카르텔로 인한 문제는 크다고 했다. 신기술 진입 장벽을 예로 들었다. “신제품ㆍ신기술이 갖는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한국 정부는 이런 역할을 적절히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거래 관계에 있는 납품업자와의 유대도 깨기 어렵다. 기업ㆍ금융 카르텔로 인해 구조조정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그래서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밀어붙여야 한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새 정부 초기가 아니면 힘들다”며 “정부도 시간이 지나가면 기득권에 물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서둘러 해야 할 일이 플랫폼 정부 수립”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금융정책을 예를 들면 관련한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 등 부처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다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걸 말한다. 구글ㆍ네이버에 들어가서 키워드를 치면 다 살펴볼 수 있듯이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정부가 자리 잡으면 접근성ㆍ투명성이 높아져 기득권이 자리 잡을 여지가 줄어든다고도 했다.

단순히 현 전자정부를 확대하는 걸로 그쳐선 안 된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예컨대 자율주행차 관련 행정만 해도 5개 부처에 지방자치단체까지 합해야 가능한 성격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플랫폼 정부 유무는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능력 차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유연성 제고도 그가 제시한 주요 키워드다. 노동시장과 직결된 주제다. “현재 노동정책은 전체 노동자가 아닌 12%(노조 조직률 기준) 노조 입장만 많이 반영하고 있다”며 “노동정책이 노동자 전체를 위한 정책이 돼야지 노조를 위한 정책이면 안 된다. 노동자 플랫폼을 만들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기업 등 노동자 의견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김 원장은 정부와 기업이 매칭하는 방식으로 직업훈련과 재훈련을 늘리는 것도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도 많지만 당장 맞닥뜨릴 경제 현안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사태, 물가 급등, 통화 긴축(금리 인상) 등이다. 하지만 금리를 내릴 수도 없고, 돈을 더 푼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공기업(비금융) 부채까지 더한 공공부문 부채(D3)는 2020년 기준 128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6.2%에 이른다. 김 원장은 “국가채무를 늘리면 오히려 국민 후생이 마이너스(-)가 되는, 적정 국가채무 비율을 이미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로 2020년과 지난해 정부가 총 116조원을 썼는데 그중 110조원 이상은 그냥 나눠준 것이며 소위 투자 성격의, 방역 능력 강화에 쓰인 건 4조6000억원”이라며 “이걸 바이오헬스 산업에 연결시켰다면 큰 돈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명목으로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면 일회성 돈 나눠주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방역 인프라 구축,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으로 연결되는 투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새 대통령이 어떤 경제정책을 펼쳐갈 것인가는 인사로 가늠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박근혜 정부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도 그렇고 내각이 보이지 않았다. 다 청와대 중심으로 했다”며 “지금 식으로 청와대가 다 하려고 한다면 장관이 누가 되든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대통령이 내각 중심으로 움직이고 청와대는 대통령과 내각의 소통을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하면 누가 장관이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전문성보다는 공무원이 헌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능력,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김 원장은 말했다.

◇김광두(75) 원장은=민간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겸 서강대 석좌교수. 18대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양대 경제 브레인으로 꼽혔다. 19대 대선과 현 정부 출범 직후에도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직접 설계했다. 현 정부 초기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지만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 등에 대립각을 세우다 물러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