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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꾸려 하도급 공사중 화재로 사망…'업무상 재해' 인정 안 돼

중앙일보

입력

팀을 꾸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으로 형틀 목수 작업을 하다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사망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망인을 원청 업체에 전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도급을 받아 작업을 수행한 ‘사업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형틀작업 하도급을 받고 작업하다 화재 사고로 사망한 형틀 반장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부지급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인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B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형틀작업을 담당했다. 공사가 진행되던 2018년 3월 공사현장 1층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 발생한 불티가 단열재로 옮겨붙으면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공사 현장 지하에서 형틀 작업을 하던 A씨와 B사의 직원 등 총 3명이 사망했다.

사고 이후 B사의 원청회사는 A씨 유족과 ‘산재보험급여 등을 제외한 위로금으로 7000만원, 장례비로 2100만원을 지급하되, 유족들이 산재보험 등 처리를 받지 못한 경우엔 별도 보상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했다.

이후 A씨 부인과 장의비를 부담한 B사의 원청은 근로복지공단에 A씨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A씨가 사고 당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A씨 부인은 이에 불복해 재심사청구까지 했지만 기각결정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부인 측은 재판에서 “남편이 형틀 작업과 관련해 B사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았고, 작업에 필요한 각종 자재와 작업 도구 등을 제공받았다”며 “공단이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는 B사의 근로자 지위에서 형틀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독립된 사업자 지위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사가 A씨에게 기간 내 형틀 작업을 마쳐 달라고 요청하거나 각종 안전관리 지시사항 등만 전달했을 뿐 구체적 작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시·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또 A씨가 인력 수급부터 개별 근로자의 노임 결정, 구체적 업무수행 방법 등에 대한 독자적 결정권을 가지고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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