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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윤호중 비대위’ 파열음 “지방선거 승리 힘들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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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호 05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윤호중 비대위’ 체제로 6·1 지방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한 것을 둘러싸고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대선 패배에도 인적 쇄신이 아닌 현상 유지를 택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엄하게 심판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1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6월 지방선거 이후까지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의원들의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지도부가 전날 결정한 사안을 존중하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13일까지 비대위 구성을 마친 뒤 14일부터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송영길 전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마지막으로 내린 결정에 따른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오는 25일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에도 비대위원장을 맡는다. 오는 8월 전당대회 이전까지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맡는 셈이다. 당연히 6·1 지방선거 공천을 총괄하는 것도 윤 원내대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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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열린 의총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지도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4선 중진인 안규백 의원은 “윤 원내대표가 임시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달 하순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에도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김두관 의원은 “윤 원내대표 중심 비대위로는 지방선거 승리도 보장하기 힘들다”며 “오히려 이재명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혁신하고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들도 “우리가 혁신하고 반성하려면 좀 더 고민해 비대위원장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니냐” “최고위가 의원들 의견을 묻는 절차도 없이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함부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중진 의원은 “윤 위원장은 국회 법사위원장 때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해 ‘입법 독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국민이 쇄신으로 보겠느냐. 지방선거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의총에선 “윤호중 비대위가 불가피하다”는 ‘옹호론’도 적잖았다. “지금은 지방선거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대선에 대한 평가는 8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뽑힐 때 해도 늦지 않다”(이병훈 의원)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7 재·보선 패배 직후 당 쇄신을 주장했던 ‘초선 5인방’ 중 한 명인 장철민 의원도 “지금은 사람을 바꿔 쇄신 목소리를 낼 때는 아니다. 활동력으로 쇄신을 선보여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일부 의원들은 “외부에 훌륭한 인사가 있다면 이미 대선 때 선대위원장으로 모시지 않았겠느냐”는 현실론도 제기했다.

이에 윤 위원장이 의총 말미에 전날 최고위 결정 사항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모으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갈등이 표면화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비문 성향의 중진 의원은 “윤 위원장은 이해찬 전 대표 측근으로 결코 계파색이 옅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 때 후보 단일화를 했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측에선 이미 “윤 원내대표는 결코 대선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작다고 할 수 없는 위치다. 민주당이 반성하고 있는 게 맞느냐”(신철희 대변인)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는 25일 원내대표 선거를 교황 선출 방식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후보 등록이나 유세 절차 없이 의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원내대표감을 적어내고 그중 과반이 추천한 사람을 추대하는 방식이다.

후보군으로는 정세균계 안규백 의원(4선), 이낙연계 박광온·홍익표 의원(3선), 이해찬계 김경협 의원(3선), 86그룹 박완주·박홍근 의원(3선)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원내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도 “과도한 원내대표 경쟁은 국민 눈 밖에 날 수 있어 선출 방식을 변경한 것”(충청권 초선 의원)이란 평가와 “결국 물밑 작업으로 계파 선거를 치르게 됐다”(중진 의원)는 지적이 엇갈렸다.

그런 가운데 이날 당내에서는 쇄신론도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하나는 정책 문제고 하나는 사람 문제”라며 민주당 대선 공약의 입법화와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구시대와 신시대의 결별, 익숙함과의 결별이 민주당과 있어야 결국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그러면서 “새로운 수혈이 많이 있어야 결국 낡은 정치권이 깨져버릴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여의도가 폭파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른바 ‘86세대 퇴진론’과 관련해서도 “나이가 적다고 혁신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면서도 “이번에 2030 여성의 마음에 맞았던 박지현씨의 경우 ‘박지현 대 이준석’이란 거대한 프레임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대학생 기자 시절인 2019년 디지털 성범죄 집단인 N번방의 실체를 추적해 알린 박씨는 지난 1월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뒤 여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의원은 “이런 우수하고 좋은 자원들이 결국 이번 지방선거나 다음 총선에서 확실하게 역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개특위 소속 장경태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흔들림 없이 정치개혁 과제들을 추진해 나가는 게 (쇄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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