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더 오래, 더 맛있게 먹는 지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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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김장철이다. 김치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이다. 발효와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 등을 공부한다.

◆ 발효와 부패

발효식품은 미생물의 작용으로 배추나 콩 등 본래 재료가 가진 성분이 새롭게 바뀐 먹거리다. 발효 과정에서 독특한 향이 생기고 영양가와 저장성이 높아진다. 발효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네덜란드의 레벤후크(1632~1723)가 현미경을 발명해 눈에 보이지 않던 미생물의 존재가 알려지면서부터다. 프랑스의 파스퇴르(1822~95)는 포도주와 맥주 발효를 연구한 결과 효모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포도당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발효시킨다고 밝혔다. 발효란 미생물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효소(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를 이용해 탄수화물과 같은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발효가 되려면 미생물인 효모 등 발효균이 필요하다. 발효균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영양분을 분해한 뒤 또 다른 물질을 만들어낸다. 유기물을 완전하게 분해하지 못하고 중간 물질을 만드는 셈이다.

발효는 부패와 다르다. 둘 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시켜 다른 성질로 변하게 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발효로 만들어진 물질은 향이 좋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맛과 영양가를 지닌다. 이에 비해 부패로 생긴 물질은 악취가 나고 식중독을 일으켜 사람이 먹을 수 없다.

◆ 우리나라의 발효식품

저장 발효식품은 예부터 곡류 위주의 우리 식생활에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었으며, 지금은 우리 식문화의 대표 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의 '삼국지''위지동이전' 고구려편에 "고구려인은 술 빚기와 장 담그기, 젓갈 등의 발효 음식을 매우 잘한다"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봐 이 시기에 이미 발효식품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김치와 젓갈 등 발효식품이 일찍이 발달한 이유는 기후와 연관이 있다. 우리 민족은 쌀 위주의 식사에 채소를 즐겨 먹었으나 겨울엔 채소가 나지 않는데다 저장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채소를 오랫동안 저장하기 위해 소금에 절이거나 건조시키는 방법이 이용됐다. 하지만 소금에 절이거나 건조시킨 채소는 조리하면 원래 맛을 잃고 영양소가 파괴된다. 이때 채소와 생선류를 버무려 농도가 묽은 소금에 절이면 발효 작용으로 아미노산과 젖산이 만들어져 맛이 좋고 저장성이 뛰어나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김치의 발효=우리의 대표적 발효식품인 김치는 삼국시대부터 등장했다.

김치를 담그면 처음엔 여러 가지 미생물이 재료 속에 든 당분을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와 김치 포기 속의 공기를 밀어낸다. 이때부터 공기를 싫어하는 유익한 유산균이 번식하며 발효가 일어나면서 김치가 익는다. 유산균은 김치를 숙성시키고 부패균을 막아준다. 유산균 작용으로 생긴 젖산과 초산.알코올 등은 김치 특유의 상쾌하고 새콤한 맛과 향을 내게 한다.

유산균은 장에서 다른 유해균의 작용을 억제해 이상 발효와 병원균의 증식을 막고, 위장의 단백질 분해효소인 펩신 분비를 촉진한다. 또 배추에는 섬유소가 많아 변비를 예방한다.

▶장류 담그기=간장은 콩과 소금을 주원료로 메주를 만들어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킨다. 나머지 건더기는 된장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적당한 크기로 쪼갠 메주를 항아리에 반 정도 채운 뒤 소금물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보관하고 매일 뚜껑을 열어 일정 기간 발효시킨다. 그 다음 메주를 건져내 채로 쳐 간장을 얻는다. 간장은 면역 기능과 항암 효과를 높이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풍부하다. 된장은 발효된 메주를 걸러내 액체는 간장을 만들고 남은 건더기에 소금을 더 넣어 다른 항아리에 재워 만든다.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며 항암 효과가 탁월하고 간 기능을 강화해준다.

고추장은 찹쌀 등의 탄수화물이 가수분해(무기 염류가 물과 작용해 산과 알칼리로 분해되는 반응)돼 생성된 당의 단맛, 메주콩의 가수분해로 생성된 아미노산의 구수한 맛, 고춧가루의 매운맛, 소금의 짠맛이 조화를 이룬 발효식품이다. 메줏가루에 찹쌀밥과 물을 섞어 반죽한 뒤 따뜻한 방에서 반죽이 묽어질 때까지 보관한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골고루 섞은 뒤 항아리에 담아 햇볕에 일정 기간 두면 숙성돼 고추장이 된다. 고추의 성분인 캡사이신은 항균.항암 작용을 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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