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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당선에 존폐 갈림길 섰다…'폐지' 공약에 뒤숭숭한 여가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후 안팎의 시선이 쏠리는 정부 부처 중 하나가 여성가족부다. 당선인이 일찌감치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밝히면서다. 다시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된 여가부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한편에선 부처 폐지보다는 대대적 개편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상당하는 게 이번 선거 결과에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야당과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여러 차례 여가부 폐지를 언급해왔다. 지난 1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런 추가 설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문 공약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더는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 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10대 공약에도 여가부 폐지를 7번째로 담았다. 공약집에서 “가족 우선 정책이 아닌 여성 우대 정책 위주의 불공정 정책을 다수 양산하는 해당 부처를 폐지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청년들과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별도 부처를 설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설 부처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선대본부 고문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가부 기능을 따로 떼어내 피해자 보호는 법무부, 청소년 일부 기능은 교육부, 가족 기능은 보건복지부에서 기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 내에선 어떤 식으로든 조직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가부는 공식적으로 “동요하지 않으며 업무를 묵묵히 처리하고 있다”고 밝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술렁인다. 한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여성국은 고용부로 가는 것이냐, 가족국은 복지부로 가는 것이냐며 뒤숭숭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에 노력해왔고, 돌봄휴가, 근로시간단축제, 유연근무제 등의 제도를 통해서 일·생활 균형에 기여해왔다고 자부해왔는데 제대로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착잡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10일 정부서울청사 내 여가부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뉴스1

10일 정부서울청사 내 여가부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뉴스1

다만 후보의 공약이라 해도 실제로 추진될 경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여당이 반수 이상 의석을 차지한 만큼 합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젠더 문제에 막판 젊은 여성들의 표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집결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당선인 측으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복도에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복도에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여성단체도 윤 당선인을 향해 민심을 헤아리라며 여가부 폐지 공약의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논평에서  “선거 기간 국민의힘과 당선인은 혐오선동, ‘젠더 갈등’이라는 퇴행적이고 허구적인 프레임을 선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며 “높은 정권 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1%도 안 되는 아주 근소한 표 차로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한 민심의 의미를 잘 헤아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가부 폐지 논쟁은 2001년 출범 이후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도 폐지론이 일었고 당시 여성계 등의 반발에 여성부로 존치는 됐지만 청소년·가족 관련 업무가 보건복지가족부로 넘어가면서 기능과 권한이 대폭 축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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