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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혼낸 호통판사 김혜수…'소년심판' 내린 곳 여기였다 [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넷플릭스 '소년심판'은 소년사건을 전담하는 가상의 부서 '소년형사합의부' 소속 판사들이 소년 범죄 이면을 들춰내는 10부작 드라마다. 배우 김혜수(사진)가 소년범을 혐오하는 냉철한 우배석 판사 심은석을 맡아 저마다 철학이 다른 소년부 법관들과 부딪혀 나간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소년심판'은 소년사건을 전담하는 가상의 부서 '소년형사합의부' 소속 판사들이 소년 범죄 이면을 들춰내는 10부작 드라마다. 배우 김혜수(사진)가 소년범을 혐오하는 냉철한 우배석 판사 심은석을 맡아 저마다 철학이 다른 소년부 법관들과 부딪혀 나간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소년심판' 인기…전주지법도 '들썩'

"제가 괜히 어깨가 으쓱하고 자부심이 생겨요."

8일 오전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 안내 데스크에서 근무하는 송경미씨는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제 자리가 나온다'며 민원인이나 직원들이 먼저 알아보시고 말씀을 해주신다"며 "(드라마를) 많이들 보시고 관심 가져 주신다. 반응이 아주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주지법에서 10년가량 일했다는 송씨는 이날도 민원인들에게 종합민원실·등기소 등의 위치를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그는 "직원들도 '우리가 매일 일하는 곳에서 배우들이 드라마를 찍었다'며 신기해한다"며 "법원 청사를 (덕진동에서) 옮긴 뒤 드라마를 찍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8일 오전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 김준희 기자

8일 오전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 김준희 기자

소년범 다룬 작품…김혜수·이성민 등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이 인기를 끌면서 극 중 '연화지방법원'의 주요 촬영 장소인 전주지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배우 김혜수·이성민·김무열·이정은 등이 판사 역할을 맡은 '소년심판'은 (주)길픽쳐스와 (주)지티스트가 공동 제작했다. 지난달 25일 공개 후 글로벌 순위 7위에 오르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다루는 작품이다. 현실에서는 가정법원·지방법원 내 소년부에서 1명의 판사가 단독으로 처리하지만, 드라마에서는 3명의 판사가 '소년형사합의부'에서 소년사건을 판결한다. '소년형사합의부'는 작가가 가상으로 만든 부서다.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전경. 김준희 기자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전경. 김준희 기자

전주시민 "법원 활용…지역 경제도 도움"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전주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전주지법 인근 회사에 다니는 김모(47)씨는 "법원 밖에서 실제 드라마 찍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며 "근처 식당에 갔는데 '스태프들이 많이 팔아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도 활용하고 제작진이 근처 식당에서 음식도 팔아주니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전주시영상위원회 등에 따르면 '소년심판'은 지난해 4~5월 주말을 이용해 전주지법 등에서 최소 6일 이상 찍었다. 구체적으로는 4월 10~11일, 4월 24~25일, 5월 22~23일 등이다.

전주지법 측은 "스태프와 연기자, 보조 출연자 등 100명 안팎이 법원 1층 로비와 건물 외경, 법정동 1층 출입구, 직원 출입구 앞 등에서 촬영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군산대·전주대 등에서도 드라마를 찍었고, 법정과 사무실 장면은 모두 세트장에서 촬영했다는 게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넷플릭스 '소년심판'을 촬영한 전주지법 1층 로비. 김준희 기자

넷플릭스 '소년심판'을 촬영한 전주지법 1층 로비. 김준희 기자

"신축 건물이라 현대적…코로나19 영향도"

전주시영상위원회 측은 "제작사가 전국 지방법원 중 전주지법이 신축한 건물이라 현대적이고 깨끗해 섭외했다"고 했다. 전주지법은 기존 덕진동에서 2019년 12월 신청사(지하 1층·지상 11층)로 옮겼다.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수도권 지방법원의 협조가 불가능한 데다 당시 거리두기 단계가 전주 지역이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재우 로케이션 매니저는 "전주지법이 신사옥을 지었고 서울에서 그나마 가까운 편이어서 법원 총무과에 수차례 찾아가 도와 달라고 했다"며 "법원이라는 공간이 민원인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처음엔 곤란하다고 말씀하셨다가 '드라마 취지가 좋다. 법원 드라마인데 법원이 안 나오면 어떡하냐. 일반 대학교 가서 찍기 싫다'고 해 촬영이 성사됐다"고 했다.

전주지법 2층에 있는 소년법정. 넷플릭스 '소년심판'에 나오는 법정 장면은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전주지법 2층에 있는 소년법정. 넷플릭스 '소년심판'에 나오는 법정 장면은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지난해 전주서만 영화·드라마 116편 촬영 

그는 "스태프와 엑스트라 등은 전주지법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잠은 제작사에서 잡아준 전주 지역 숙박업소에서 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주대에서는 김혜수가 극 중 자신의 아이가 숨진 사건의 재판이 끝난 뒤 법원에서 나오는 장면을, 군산대 회의실에서는 판사들이 세미나를 하는 장면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정성환 전주시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에서는 작품에 어울리는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전국을 다닌다"며 "촬영지에 대한 사진과 자료를 분석해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하면 지역마다 있는 영상위원회에 촬영 허가나 승인 등 행정 절차를 대행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저희가 이런 서비스를 해준 것"이라고 했다.

정 사무국장은 "전주시영상위원회는 전주시에서 보조금을 받는 단체로, 영화·영상물 촬영 유치 지원 등의 업무도 있다"며 "제작사로부터 돈을 받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주시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상위원회가 유치한 작품은 장편영화 25편, TV드라마 44편 등 모두 116편이다.

'소년심판'에서 판사 역할을 맡은 배우 김무열·김혜수·이정은·이성민(왼쪽부터). 사진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 판사 역할을 맡은 배우 김무열·김혜수·이정은·이성민(왼쪽부터). 사진 넷플릭스

전주지법 "재판 업무 차질 없어" 

전주지법 측은 "전주시와 전라북도가 영상물 촬영이 쉽고 편리한 도시로 변모하고 해당 지역의 제작 관련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설립된 전주시영상위원회의 기관 협조 차원에서 (촬영을) 허가했다"며 "촬영 기간이 토·일요일 휴일이어서 재판 업무에는 차질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촬영 기간 중 스태프가 장비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법원 컴퓨터망 관련 장비의 콘센트를 뽑는 바람에 법원의 외부 전산 담당자가 전주지법에 출동해 보수 작업을 했다"고 했다.

법원 측도 드라마 제작에 도움을 줬다. 정우석 전주지법 공보판사(부장판사)는 "법원 총무과 직원들이 촬영 기간이 휴일인데도 법원에 출근해 촬영 스태프의 요청에 따라 법원 물품들을 옮겨주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고 했다. 드라마에 대한 판사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드릴 답변이 없다"며 "오재성 법원장은 아직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주지법이 2019년 12월 만성동 현 위치로 옮기기 전 덕진동에 있던 옛 청사 모습. 전주지법 신청사 벽에 걸린 액자를 촬영했다. 김준희 기자

전주지법이 2019년 12월 만성동 현 위치로 옮기기 전 덕진동에 있던 옛 청사 모습. 전주지법 신청사 벽에 걸린 액자를 촬영했다. 김준희 기자

법조계 "소년법과 현실 괴리 고민할 필요" 

법조계에서는 "전주지법에서 드라마를 찍은 것도 중요한 이슈지만, 촉법소년으로 상징되는 소년범을 다루는 소년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없는지 등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드라마는 어린아이를 잔혹하게 죽이고도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 이야기를 비롯해 ▶입시 비리 ▶차량 절도 ▶집단 강간 ▶벽돌 투척 사건 등 실화들을 토대로 각색했다.

김용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지부장은 "소년범은 재판 과정과 결과가 비공개여서 변호사들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실제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모른다"며 "이 드라마가 소년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불합리하거나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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