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 고양이로 만족 못 해… 집에서 악어 키우는 중국 Z세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용여종(龍女仆)의 울음소리를 들어 보셨나요?

[사진출처=비리비리]

[사진출처=비리비리]

지난 7월,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Bilibili)에 위와 같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한 사용자(ID: 天青色等_煙雨)가 게재한 이 영상에는 가정집 베란다에서 악어 한 마리가 하녀 복장을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험악할 줄 알았던 악어가 의외로 높고 부드러운 소리로 울자 영상을 시청한 중국 네티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재 이 영상은 비리비리에서 650만 번 가까이 재생되고, 1만 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사진출처=비리비리]

[사진출처=비리비리]

이 사용자는 2019년 8월부터 집에서 키우고 있는 샴 악어의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가 올린 영상은 주로 샴 악어를 목욕시키거나 옷을 입히고, 쥐나 낙지 등을 먹이로 주는 내용이다. 중국 네티즌들에게 큰 관심을 받은 이 사용자는 지난해 10월 비리비리로부터 10만 팬 달성 기념패를 받기도 했다.

[사진출처=unsplash]

[사진출처=unsplash]

이처럼 중국에서는 '이색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한 웨이보 블로거(ID:VSS大傻鵝)는 세바스토폴 거위와 콜 덕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해 40만 팔로워를 달성했다. 또 다른 웨이보 블로거(ID:小狼小狼幾點了)는 뱀∙도마뱀 등 희귀한 파충류를 기르며 현재 90만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틱톡에서도 한 사용자(ID:江柒月的蜜袋鼯)가 귀여운 슈가 글라이더 영상을 올려 100만 가까운 팔로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에서 ‘펫코노미(pet+economy·반려동물 관련 산업)’는 이미 황금 시장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2021년 중국 반려동물 산업 백서'에 따르면 중국 도시 반려동물 소비시장 규모는 2490억 위안(약 47조 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6% 성장했다.

앞서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중국의 반려동물 수는 1억 7110만 마리를 기록해 미국의 반려동물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듬해인 2019년에도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난 1억 8850만 마리를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젊은 댕댕이(개)·냥이(고양이) 집사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제 웬만한 개와 고양이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중국 청년들이 점차 늘고 있다. 아이리서치(艾瑞咨詢)가 발간한 '2021년 중국 반려동물 콘텐트 가치 연구 백서'에 따르면, 최근 이색 반려동물에 대한 중국 Z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반려동물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강아지와 고양이가 높지만, 이색 반려동물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의외로 적지 않았다. 연구백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반려동물 양육 인구당 평균 1.8마리를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중 조류·파충류·토끼류가 각각 9%를 차지하고, 설치류는 6%, 양서류는 4%를 차지한다.

[사진출처=아이리서치(艾瑞咨詢)]

[사진출처=아이리서치(艾瑞咨詢)]

"제 친구들 사이에선 강아지보다 콜 오리, 도마뱀, 황금 구렁이 같은 동물들이 더 관심을 많이 받아요. 고양이를 키우는 건 너무 흔하니까요."

"고슴도치는 키우는 사람이 드물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보일 수 있어요!"

중국 Z세대는 이색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로 신선함과 짜릿함, 호기심과 독창성 등을 꼽는다.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고 본인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반려동물에게 투영하는 것이다. 또한 이색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올려 SNS 스타가 될 수도 있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유명인들도 이색 반려동물 키우기 열풍에 가세했다. 중국 완다그룹의 재벌 2세 왕쓰총(王思聰)은 앵무새를, 국민 여배우 쑨리(孫儷)는 토끼를 키워 화제가 됐다.

수요가 있으면 시장이 있는 법. 이색 반려동물에 대한 중국 Z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숙하나마 이색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사진출처=cbn data]

[사진출처=cbn data]

현재 중국에서 이색 반려동물의 거래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일례로 슈가 글라이더의 경우, 타오바오에서 마리당 300~400위안(약 5만 6000원~7만 50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웨이보, 틱톡 등에서 반려동물 콘텐트로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분양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앞서 소개한 웨이보 블로거 VSS大傻鵝는 본인의 계정에 콜 덕 알과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한 새끼 콜 덕을 판매하는 링크를 올려 뒀다. 또 다른 웨이보 블로거 小狼小狼幾點了는 직접 납테일게코와 펫테일게코 도마뱀을 번식시켜 분양한다. 이들은 평소에 반려동물의 일상을 자주 업데이트하고, 양육 환경을 보여줘 구매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에서도 열기는 지속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1,2선 도시들을 위주로 이색 반려동물 오프라인 매장과 실내 동물원이 생기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색 동물 체험, 위탁판매 등이 이뤄진다. 광저우 베이징루에 위치한 '멍충러위엔(萌寵樂園)' 매장 안에는 소형 돼지, 페럿, 알파카 등이 젊은 소비자를 반긴다. 매장 주인 스루순(施路順) 씨는 “이색 반려동물은 현실적으로 집에서 키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대리만족하러 매장에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광저우 베이징루에 위치한 '멍충러위엔(萌寵樂園)'[사진출처=중신망]

광저우 베이징루에 위치한 '멍충러위엔(萌寵樂園)'[사진출처=중신망]

이색 반려동물 체험 관련 시장은 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실내 동물원 전문 회사인 우위엔원화(物垣文化)는 2020년 말 IDG캐피탈로부터 2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파이낸싱 유치를 확정했다. 이것은 2년 동안 완료된 6번째 투자 유치였다.

한편 중국 내 이색 반려동물 키우기 열풍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야외 생활에 적합한 동물들을 집이나 카페, 실내 동물에서 키우려면 주인과 산업 전반의 책임감이 크게 요구된다. 이들에겐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접근해선 안 되며, 철저히 공부하고 고민해서 양육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큰 고민 없이 이색 반려동물을 데려왔다가 난처한 상황을 겪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반려동물이 아플 때이다. 최근 들어 중국 대형동물 병원 체인들에 이색 반려동물 전문과가 신설되고 있지만, 아직 시장 수요가 제한적이기에 관련 인프라나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에는 이색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동물 병원이 많지 않고,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만큼 이색 반려동물들이 개나 고양이보다 예방접종이나 질병 진단, 치료에 대한 방법이 많이 확보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 밖에 이색동물 카페, 실내 동물원의 운영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인간 위주의 체험 프로그램이 그곳의 동물들에게 고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엉이, 고슴도치, 햄스터, 뱀 등은 모두 야행성이라 낮에는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낮에 방문한 손님들은 그들에게 크나큰 고통이 될 수 있다. 또한 중국에서 이색동물 카페나 실내 동물원에 존재하는 기생충으로 질병 피해를 보았을 경우 손해배상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법에 규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위생문제에 관한 법규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출처=차이나랩]

[사진출처=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