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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달나라금토끼가 고발한다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文정부···'뒤치다꺼리 경찰'은 고달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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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금토끼 (필명) 현직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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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인물은 김창룡 경찰청장. 그래픽=전유진 기자

사진 속 인물은 김창룡 경찰청장. 그래픽=전유진 기자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용할 정도로 애용하는 앱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층간소음 살인사건 발생 이후 블라인드 들어가기가 그리 즐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흉기를 든 가해자가 무서워 피해자를 방치한 채 도망친 모양새가 된 당시 현장 출동 경찰관들의 행태를 두고 블라인드 내 여론이 양분된 탓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 가족(왼쪽)이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인천 논현서 모 지구대 소속이던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을 검찰에 고소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 가족(왼쪽)이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인천 논현서 모 지구대 소속이던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을 검찰에 고소했다. [연합뉴스]

경찰관을 도망가게 만든 제도가 문제일 뿐, 경찰관을 비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상당수 경찰관의 지지를 얻었다. 경찰 비난 여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소리가 원색적으로 표출되었다. 문제는 이런 경찰 내부의 목소리가 그대로 박제되어 일반에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늘 그래왔듯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고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그 무렵 블라인드에서 경찰관들은 층간소음 사건에 대한 찬반 의견과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이 한 가지를 걱정했다. 감찰이 블라인드에 글 올린 사람을 색출하지 않을까? SNS에 글을 올리거나 '좋아요'를 눌러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지 말라는 업무지시가 또 내려오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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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내려오는 업무지시에 SNS 활동에 유의하여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준수하라는 내용이 꽤 자주 포함된다. 특히, 선거철에는 정치적인 글을 올리거나 '좋아요'를 누르지 말라는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내려오기 일쑤다. 고작 업무지시 하나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사생활을 제약하는 걸 정당화할 만큼 공무원의 품위가 국본의 근간인지는 1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고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프리덤하우스에서는 ‘자유로운 국가’로, 또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하는 이 나라에서, 정작 정부와 국민들은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를 그다지 대단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정부는 공익이라는 명목 하에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인터넷에서 사회적 논란이 생길 때마다 '(문제 발생) 예방'이라는 미명 하에 정보의 바다를 간척하고 수문을 닫아 썩어가는 인공호수가 되도록 방치하고 있다. 인터넷 유해 사이트를 차단하는 warning.or.kr 사이트는 국내 인터넷 사이트 중 접속 트래픽 순위 84위를 차지하고 있다. https 주소를 검열해서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고, 포털사이트 연예·스포츠 댓글을 폐지하고, 심지어 메신저에 올리는 사진이나 영상까지 검열하는 정책은 그럴듯한 명분 하에 시행됐다. 하지만 결국 인터넷상의 모든 활동이 감시의 대상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준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사실 오프라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 19 방역을 명목으로 우리 사회는 2년여 동안 거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해 왔다. 그 결과, 일부 시민은 표현의 자유를 찾아 IP를 우회하거나 트래픽 차단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다른 누군가는 집회 금지를 정지시켜달라는 소송을 걸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규제 인원수에서 딱 1명이 모자라는 인원이 참가하는 집회 수십 건을 신고해 결국 원하는 수만큼 집회를 열 수 있는 편법을 찾아냈다. 누군가에겐 우회로의 발견이었겠지만 명확한 집회 인원 제한기준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 정부를 대신해 모든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던 경찰로선 참 난감했다. 왜 길 건너 카페에 있는 사람 50명은 괜찮고 우리 집회 50명은 안 되는지를 두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비난을 현장 경찰관들이 온몸으로 받아냈으니 하는 말이다.

지난해 9월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완화 등을 요구하며 시위 방침을 밝히자 정부는 서울 광화문사거리 인근에 집회금지 안내문을 붙였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완화 등을 요구하며 시위 방침을 밝히자 정부는 서울 광화문사거리 인근에 집회금지 안내문을 붙였다. [연합뉴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거로도 모자라 정부가 원치 않는 표현이 나오는 걸 아예 차단하기 위해 너무나 손쉽게 처벌을 동원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 정부는 자기들 멋대로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정해놓고는 이를 범죄화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형법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만 이런 범주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점잖지 못한 원색적 표현을 일삼는 이들에게는 ‘일베’라는 주홍글씨를 새겨놓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모든 종류의 글에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인 후, 사회적 논란이 과열되면 어떻게 이들을 처벌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속한 회사를 향한 공개적 비판이 사회적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 업무상비밀누설, 영업방해, 명예훼손,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같은 처벌 방법이 슬슬 흘러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주저한다. 실명을 서야 하는 공간에서는 침묵을 택하지만 그 반대급부인지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에서는 오히려 과도한 표현을 쏟아내 인터넷을 감정의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차단과 금지로 일관한 결과 우리 사회는 콘텐트의 사실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체득하지 못한다. 심지어 선량한 민의 현혹을 막겠다며 선거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다.

표현의 자유가 내재하는 많은 문제는 강제나 금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악성 댓글은 무조건 형벌로 막기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게 사회적인 후유증도 적으면서 더 효과적이다. 집회 주최 측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질서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에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와 공익 간의 균형을 도모할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 남용에 대한 자정 능력을 배양하는 것도 중요하다.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대신 거꾸로 강하게 보호해서 '표현의 자유'를 남용하는 걸 스스로 차단하고 정화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블라인드에는 경찰관의 무능과 구태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다. 원색적인 경찰 공격과 거기에 동조하는 경찰관들의 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나둘 내부 사정과 어려움을 설명하는 반박이 이어진다. 말 그대로 블라인드(눈 감고 몰랐던) 사안에 대해 교류와 소통을 했더니 적잖은 사람들이 개안하는 느낌이다. 경찰청이 기획하는 그 어떤 보도자료나 홍보물보다 경찰의 애환과 고충을 알리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차단과 격리를 하면 남의 몰이해한 표현 탓에 상처받는 일은 없겠지만 내 생각을 표현할 수도, 또 다른 사람의 입장을 알고 이해하는 방법 역시 배울 수 없다. 압수 수색이 불가능한 블라인드가 아니라 어느 채널, 어떤 방법으로도 내가 속한 직장의 이야기를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탄없이 나눌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신전대협의 반박불가]청와대에 반성문 제출하러 갔더니 갑자기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현직 경찰 달나라금토끼(필명)의 글에 정부 비판 대자보 붙이기로 수난을 겪은 신전대협 김태일 의장이 답글을 보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