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각했다며 혼난 후 코피 흘리며 사망…‘업무상 재해’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셔터스톡]

[셔터스톡]

40대 남성이 지각을 이유로 사장에게 약 30분간 질책을 듣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 유족급여를 지급했다.

7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이런 내용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우만 변호사에 따르면 40대 후반 남성 A씨는 한 기업에 입사해 3주 정도 근무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업무를 쉬다 일주일 만에 복귀한 첫날 10분가량 지각을 했다. 이날 A씨는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느라 늦었다.

이에 사장인 B씨는 A씨를 30분에서 1시간가량 질책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의 당일 지각뿐만 아니라 그 전에 3주간 근무하면서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을 함께 질책했다고 한다.

그런데 B씨에게 질책을 듣던 A씨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이날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 복귀 첫날 사망한 것인데 업무로 인한 것일 수 있냐”는 이유로 유족급여를 거부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단은 A씨의 근무 이력과 지병 등도 유족급여 거부의 이유로 들었다. A씨는 해당 직장 이전에 22년 동안 33개 사업장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또 해당 직장에서도 입사 후 3주 정도 근무했던 것이 전부였고 그 기간에 과중한 업무를 했던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A씨는 사망 직전까지 고혈압을 지병으로 갖고 있었다. 사망하기 일주일 전 병원 진료 기록에는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A씨 아내는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또 기각됐다. A씨 아내는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교통사고 후 복직하려는데 “회사 어렵다”며 해고…의료기관 “부당해고가 급성 심근경색 원인”

그런데 어떻게 결국 A씨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이우만 변호사는 “업무 자체가 과중했다는 부분은 입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근로자가 복귀하기 전까지 과정들을 살펴봤다”며 “근로자가 교통사고로 입원 치료 후에 복귀하기까지 전 과정을 보면 그 과정 자체가 근무는 아니더라도 근무를 하기 위한 시작 내지는 준비 기간이라고 볼만한 사정들이 여러 개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준비 과정이 근로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장은 업무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서 일주일 동안 치료를 받고 그 후에 복귀하려는 A씨에게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사망 당일은 아니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해고 통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에 대해 구제신청도 했고, 또 해고 기간 받지 못한 임금과 관련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던 상황이다. 그런 과정 중에 사장이 ‘다시 나와서 일을 해라’라며 복귀를 약속해 복직하게 된 것인데, 그날 사장의 질책이 있었고 A씨가 사망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관은 “사장의 부당 해고와 복직 당일의 질책이 A씨 급성 심근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유족급여를 인정하라”는 취지로 근로복지공단에 권유했다. 이를 공단이 결국 수용, 원만히 해결이 이뤄졌다.

이 변호사는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가 입은 사고나 질병이 업무로 인한 것임을 필요로 하는데, 통상 업무라는 것이 직접 수행하는 업무 그 자체도 포함되지만, 그에 부수한 준비 과정들도 전체적으로 포함해서 판단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