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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불패' 서울 1순위 미달…송도는 무주택자 한명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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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과 강북. 한남동 주택가 너머로 보이는 잠원동 아파트 단지. 전민규 기자

서울 강남과 강북. 한남동 주택가 너머로 보이는 잠원동 아파트 단지. 전민규 기자

'청약 불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택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던 아파트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확 변했다. 서울에서 1년 반 만에 1순위 미달이 나왔고, 인천 송도 중대형(85㎡ 초과) 1순위에서는 청약통장을 사용한 무주택자가 한 명도 없었다.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에서도 대거 미달 현상이 나타났다.

강력한 대출규제로 계약금과 중도금 마련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지만, 주변 시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한 건설사들의 '배짱 분양'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돌리게 했다.

6일 한국부동산원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의 경우 22개 주택 타입 가운데 6개 타입이 미달됐다. 서울 아파트 청약이 1순위에서 미달된 것은 2020년 9월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이 단지는 전용 78㎡의 분양가를 10억5000만원 가량에 책정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대출 규제 기준인 9억원을 초과한 것도 수요자들을 위축시켰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의 경우 전용 85㎡ 초과 주택 청약에 신청한 무주택자가 없었다. 전용 85㎡ 초과 주택은 당첨자를 가점제(50%)와 추첨제(50%)를 통해 선발하는데 이 단지는 무주택자에게 가점제 청약을, 유주택자에게 추첨제 청약을 받았다. 중대형 물량의 경우 유주택자만 청약한 것이다.

이 단지 역시 전용 85㎡ 초과 주택은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무주택자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규제에 따라 5억원 이상의 현금을 들고 있어야 청약을 할 수 있는데 그런 현금을 가진 무주택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동부건설이 대구에 공급한 수성 센트레빌 어반포레의 경우 지난 2~3일 진행한 1순위 청약 결과 308가구 모집에 12명 만이 신청했다.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이지만, 수성구 내에서 입지 여건이 떨어지고 분양가도 높았던 것이 대거 미달 사태가 빚어진 원인으로 풀이된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약 1500만원 수준으로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최고 5억4400만원이다. 2016년 입주한 파동 수성아이파크 전용 84㎡가 지난 1월 4억4000만원 거래된 점을 고려할 때 인근 단지보다 분양가가 비싸다.

리얼투데이 김웅식 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청약 시장에서도 옥석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더 이상 건설사들의 '배짱 분양가'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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