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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안 단일화 날 열린 공약 평가…“재원 부실, 선언적, 나열적”

중앙일보

입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0대 대통령선거 주요정당 후보자 공약평가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0대 대통령선거 주요정당 후보자 공약평가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선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90분 남짓 진행된 이 날 회견에선 여야 후보들을 향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내건 공약은 많지만 대부분 ‘나열식’에 불과하며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내용 미흡, 재원 방안 부재”

지난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경실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등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했다고 발표했다. ▶경제 ▶부동산·도시 ▶사회복지 ▶정부·정치 등 네 분야로 나눠 평가했으며 공약의 가치성(문제의식)·구체성(완성도)·적실성(실현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경실련은 경제 공약 부문에선 “후보들의 공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화된 양극화를 해소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라며 “규제완화·성장지원에 집중된 공약들은 기존의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원방안도 거의 부재해 대폭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를 찾은 시민이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를 찾은 시민이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부동산·도시 분야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지적됐다. 모든 후보가 공공주택 공급확대 정책을 집중적으로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미흡했다는 거다. 사회복지 분야에선 “모든 후보자가 돌봄의 사회화, 노후소득보장 등을 제시했지만, 그동안 나온 개선안들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안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필수의료·응급의료 등을 국가책임으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정치 분야에선 공수처의 역할 등 검찰개혁을 다룬 부분에서 후보들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사퇴한 안 후보 공약도 평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선 사퇴한 안 후보의 공약 평가도 이뤄졌다. 정택수 경실련 정책국 부장은 이와 관련해 “단일화로 안 후보의 공약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윤 후보와 합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퇴와 관계없이 공약평가를 발표한 것”이라며 “인물에 치중된 선거를 ‘공약 중심’으로 바꿔 유권자들이 정책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공식공약집 제출을) 요청한 25일까지 자료집을 보내주지 않은 후보도 있었다”며 “안 후보는 처음부터 공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경실련 공약평가는 각 정당이 발표한 공식 공약집(2월 25일 기준)을 기준으로 진행됐는데, 안 후보만 공약집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경실련은 “안 후보 공약에 대한 평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과 안 후보의 홍보 홈페이지를 참고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선거의 꽃 공약, 제대로 제시하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최종 모의시험을 하고 있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최종 모의시험을 하고 있다. 뉴스1

공약검증단장을 맡은 임효창 서울여대 교수는 정당들에 ‘제대로 된 공약 제시’를 촉구했다. 임 교수는 “이번 선거는 공약이 매우 부실하다. 후보자들 간의 네거티브 공방에서 공약 경쟁이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실 공약들은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당선자 신분으로 국정 방향을 가다듬을 인수위원회나 국정 운영과정에서 수정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당들이 제대로 된 공약을 제시하도록 제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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