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수 조원진에게도 전화했다…李 '반윤 포위망' 김동연 다음은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1일 오후 마포구 카페에서 회동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김 후보는 회동 다음날인 2일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1일 오후 마포구 카페에서 회동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김 후보는 회동 다음날인 2일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후보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어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다”며 “기득권 깨기라는 시대정신이 제대로 실천되도록 이끌고 감시하는 역할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이번 대선 첫 후보 단일화였다.

김 후보의 사퇴는 전날 이 후보와 함께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하루 만에 이뤄졌다. 전날 두 사람의 공동 선언엔 ▶20대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새 정부 출범 1년 내 개헌안 제출 ▶연동형 비례제, 국민소환제, 3선 초과 금지를 포함한 정치개혁법안 5월 국회 제출이 포함됐다. ‘다당제 정치개혁’을 고리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고립시키려는 ‘반윤(反尹) 포위망’ 구축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김종인·윤여준·이상돈 회동 후 속도 낸 ‘정치교체’ 구호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상돈 전 의원의 모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월 6~8일 이들 중도·보수 인사들과 잇달아 만난 이후 '다당제 정치개혁'을 강하게 추진해 왔다. 중앙포토.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상돈 전 의원의 모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월 6~8일 이들 중도·보수 인사들과 잇달아 만난 이후 '다당제 정치개혁'을 강하게 추진해 왔다. 중앙포토.

이 후보는 지난 1월 26일 정치개혁 공약 발표를 계기로 ‘정치교체’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특히 지난달 6~8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상돈 전 의원 등 중도·보수 원로들과 만난 뒤로 속도가 붙었다. 민주당에선 지난달 24일 송영길 대표가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발표했고, 지난달 27일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 기간에 이 후보는 ‘강경 보수’로 꼽히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에까지 전화를 걸어 자신의 정치개혁 구상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특히 공을 들인 건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 김동연 후보였다. 이 후보는 지난달 2일 김 후보와 양자 정책토론을 벌인 데 이어, 의원총회가 열렸던 지난달 27일 밤 새로운물결 캠프 사무실을 찾아가 김 후보와 비공개로 독대했다.

지난달 말부턴 이 후보가 조언을 구했던 중도·보수 원로들도 외곽에서 힘을 보탰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오마이뉴스TV’ 인터뷰에서 “여당 후보자가 (정치개혁) 그런 것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의외라고 생각한다. (범여권이) 사실상 180석인 상황에서 진짜 통합정부가 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게 여권 후보의 장점”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김 후보도 이날 사퇴 회견 뒤 “김 전 위원장과 지난주 두 번 만났다”며 “공동합의문에 ‘실질적 삼권분립’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 아이디어 역시 김 전 위원장이 줬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전날 법륜 스님 등 종교·정치·시민사회 원로들과 전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자들이 국민통합을 위한 연합정부 구성에 참여하겠다고 TV토론에서 국민 앞에 약속해달라”고 밝혔다. 특정 후보의 편을 든 건 아니었지만, 여권에선 “통합정부를 연합정부라고 표현했을 뿐, 이 후보 주장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담론의 연대’…반윤(反尹) 구도로 정권교체론 무력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민주당은) 국민을 우습게 알고 늘 외면하고 깔보다가 선거 때가 되면 또 표를 훔쳐와야 되니 국민을 공작과 세뇌, 기만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절대 속지 말라. 정권교체가 정치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민주당은) 국민을 우습게 알고 늘 외면하고 깔보다가 선거 때가 되면 또 표를 훔쳐와야 되니 국민을 공작과 세뇌, 기만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절대 속지 말라. 정권교체가 정치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초반만 해도 ‘다당제 정치개혁’이 선거 의제가 될 거란 예상은 없었다. 민주당이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창당하며 ‘연동형 비례제’를 무력화시킨 전례가 있는 데다, 이 후보 역시 개헌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최근 개헌과 선거법 개정 등의 ‘정치개혁’문제를 대선 막판 의제로 제기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정치개혁 담론이야말로 이 후보 지지율이 박스권을 돌파할 수 있는 반전 카드”(친문 의원)란 설명도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소수파인 이 후보는 ‘친문’ 같은 인적 풀이 없어 대통령에 당선돼도 어디선가 사람을 끌어와야 한다”며 “통합 정부가 자신에게도 이익이란 판단이 끝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정치개혁 담론이 퍼질수록 정권교체론이 약해질 거란 전망도 있다. 특히 윤 후보가 ‘다당제 정치개혁’ 논의에 대해 “국민을 가재·붕어·게, ‘가붕게’로 아는 것이냐”며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해, 이 후보 측에선 “정치개혁이라는 ‘담론의 연대’로 반윤(反尹) 구도가 생겨날 수 있다”(우상호 캠프 총괄선대본부장)는 기대 섞인 주장도 나온다.

다만 안철수·심상정 후보가 ‘정치개혁 연대’에 동참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하려면 진작 했어야지,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정치개혁을 얘기하는 게 결국 윤석열을 이기기 위해서 심상정 표를 흔들겠다는 것 아니냐”며 “정치개혁에 관해선 민주당이 양치기 소년이라고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