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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펀드 평균수익률 -49%, 손절도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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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내 개인투자자 손실도 커진다. 러시아의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2대 도시 하르키우의 시청 앞 광장에 1일(현지시간) 한 군인이 총을 들고 서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내 개인투자자 손실도 커진다. 러시아의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2대 도시 하르키우의 시청 앞 광장에 1일(현지시간) 한 군인이 총을 들고 서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주에 들어간 러시아 펀드 수익률이 지금은 14.5%인데 루블화 폭락이 반영된 뒤가 두렵다. 전쟁이 금방 끝나고 오를 걸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환매도 안 되고 고스란히 물리게 생겼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주식 펀드에 신규 가입한 홍모(33)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하락한 루블화 가치가 펀드 수익률에 반영되는데 2거래일이 걸리는 만큼 마이너스 전환을 피할 수 없다. 펀드 환매가 막히면서 팔 수도 없게 됐다.

KINDEX 러시아 MSCI 가격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KINDEX 러시아 MSCI 가격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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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에 사라’는 투자 격언에 따라 러시아 관련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다. ‘저점’이라고 믿고 들어갔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며 바닥없이 추락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3일간 휴장 중인 러시아 증시 지수인 RTS 지수는 휴장 직전 936.94를 기록하며 고점(1933.59) 대비 반토막 났다.

게다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등 서방의 금융 제재로 러시아가 ‘금융 고립’에 빠지며, 투자자도 발이 묶였다. 주식 투자의 경우 거래 제한이 걸리고, 펀드 환매는 연기되고 있다.

전쟁 터지고 러시아 ETF 사들인 개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쟁 터지고 러시아 ETF 사들인 개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루블화 폭락까지 겹치며 손실은 배가 되고 있다. 2일 오후 4시(한국시간) 기준 루블화는 달러당 107루블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 달러당 75루블에 비교하면 40% 가까이 떨어졌다(환율 상승). 펀드 등 러시아 관련 투자 상품은 환노출인 경우가 많아 이미 추락한 수익률을 더 갉아먹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공모펀드 중 러시아 펀드와 러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1개를 포함해 총 9개다. 9개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총 1587억원이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지난달 28일 기준 -49.12%이다.

폭락한 러시아 증시의 반등을 노리고 개인투자자가 지난달 21~28일 260억원을 순매수한 ‘KINDEX 러시아 MSCI(합성)’는 거래정지 위기에 처했다. MSCI 러시아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유일의 러시아 투자 ETF인 이 상품의 괴리율(시장 거래 가격과 순자산 가치의 차이)이 높아지면서다. 지난달 24일 4.06%이던 괴리율은 지난달 28일 30.26%로 치솟았다.

러시아 투자 관련 증권-운용사 조치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러시아 투자 관련 증권-운용사 조치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괴리율이 높다는 건 실제 자산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된다는 의미다. 3거래일 동안 괴리율이 12%를 웃돌면서 한국거래소는 2일 이 상품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3일부터 3거래일간 괴리율이 18%이상 확대되면 거래 정지가 불가피 하다.

이런 상황이 수개월 이어지면 ETF가 상장폐지 될 수도 있는데, 이러면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청산 기간의 순자산가치에 따라 현금을 돌려받게 되는데,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를 크게 웃도는 괴리율이 높은 현재 상황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이미 러시아 관련 ETF가 상장 폐지됐다. 지난 1일 미국의 운용사 디렉시온은 러시아 지수를 2배 추종하는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2배 ETF(RUSL)’ 상장 폐지를 공지했다.

자산운용사들은 러시아 펀드 환매 연기와 신규 설정 제한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중앙은행이 외국인 투자자의 증권 매도 주문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의 환매와 신규 설정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KB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도 러시아 펀드 설정과 환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환매 가능 기준일은 상품에 따라 다른 만큼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러시아 주식 투자도 할 수 없게 됐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토스증권 등은 고객에 러시아 종목 거래 불가 관련 공지를 냈다. 미국의 해외자산통제국이 러시아 소재 기업 ETF 매매를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YNDX), 핀테크회사 치위(QIWI), 전자상거래 플랫폼 오존(OZON), 온라인 채용 플랫폼 헤드헌터그룹(HHR), 게임업체 넥스터(GDEV) 등 다수의 기업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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