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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도 안전자산?…러시아 'SWIFT' 퇴출에 4년만에 초강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위안화 몸값이 4년여 만에 초강세다. [로이터]

중국 위안화 몸값이 4년여 만에 초강세다. [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 위안화의 몸값이 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금융 고립' 위기에 빠진 러시아가 우방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쫓겨난 러시아가 중국 위안화 결제망을 '우회로'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위안화 4년여 만에 초강세  

‘몸값’ 비싸진 위안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몸값’ 비싸진 위안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로이터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위안화값은 연초(달러당 6.372위안)보다 0.9% 오른 달러당 6.3109위안을 기록했다(환율 하락). 지난달 28일엔 달러당 6.31위안으로 2018년 4월 20일(달러당 6.2979위안)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쟁 공포 속 달러값이 뛰며 주요국의 화폐가치가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한국시간 3시30분) 97.48로 연초(96.213)보다 1.3%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러시아 루블화는 연초보다 35% 넘게 하락해(환율 상승) 달러당 100~110루블 사이에서 거래 중이다.

“CIPS가 SWIFT의 대안”  

달러인덱스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달러인덱스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안전자산도 아닌 위안화 몸값이 뛰는 건 고립무원에 빠진 러시아 때문이다. 러시아는 SWIFT 퇴출 여파로 국제 교역과 금융거래가 막힐 위기에 놓여있다. 러시아중앙은행이 미국 등 금융시장에 보유한 달러자산도 동결됐다. 돈줄이 꽁꽁 묶인 러시아가 기댈 구석이 중국이라는 이야기다.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러시아가 달러 결제망(SWIFT) 대안으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을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CIPS가 SWIFT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러시아가 SWIFT 우회선으로 CIPS를 통하면 무역 손실의 50%가량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프린서플의 아시아 운용 책임자인 하우청완도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금융제재가) 러시아에 위안화 같은 대체 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중국 위안화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CPIS는 2015년 중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만든 국제 위안화 결제·청산시스템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103개국 1280개 은행이 참여했다. 200여개 국 1만1164개 금융사를 연결하는 SWIFT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거래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거래 건수는 268만 건(64조 위안)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외화보유액 중 달러 비중 20% 이하

러시아가 경제 방어선을 구축한 것도 위안화 강세를 뒷받침한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사태 때 미국의 금융제재를 경험한 러시아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 비중을 높여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러시아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16.4%)은 20% 미만으로 줄었다. 2년 전(25.7%)보다 9.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13.1%로 세계 주요국보다 높다.

최근 전 세계 결제 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몸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 SWIFT에 따르면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로 일본 엔화(2.58%)를 제치고 4위를 차지했다. 위안화가 엔화 순위를 앞지른 것은 2015년 8월 이후 처음이다. 1위는 미국 달러(40.51%)고, 뒤를 이어 유로(36.65%), 영국 파운드(5.89%) 순이다.

상당수 국내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위안화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서방의 강력한 금융제재에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더 커질 수 있다”며 “더욱이 위안화 절상은 인플레이션(물가 오름) 방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중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위안화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위원도 “러시아가 SWIFT 대신 위안화 결제망을 활용하게 되면 위안화 수요가 늘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위안화가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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