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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재, 韓 이집트 원전 수출에도 불똥 튀나

중앙일보

입력

이집트 엘다바 원전 개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개요.

국제 사회의 러시아 제재 강도가 세지면서, 한국의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 발전 사업 참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엘다바 원전은 이집트 원자력청(NPPA)이 발주했지만, 러시아 업체가 전체 사업을 수주해 진행하고 있어서다.

2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은 오는 4월 엘다바 원전 계약 체결을 목표로 러시아 업체 측과 실무 협상 중이다. 총 300억 달러(약 35조원)를 투입해 1200㎿급 원전 4개를 짓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은 2017년 러시아 JSC ASE가 전체 사업을 수주했다. JSC ASE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Rosatom)의 자회사다. 한수원은 이 중 터빈 건물 등 2차 계통 사업 참여를 위한 단독협상자로 선정돼 계약 체결만을 앞두고 있다.

엘다바 원전이 현재 러시아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러시아 업체가 사업을 수주했지만, 최종 사용자가 이집트 정부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수출 제재나 금융 제재에 로사톰이나 JSC ASE가 포함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려가 나오는 것은 엘다바 원전의 독특한 사업 진행 방식 때문이다. 엘다바 원전은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했지만, 사업 자금은 러시아 정부 차관으로 쓴다. 이후 원전 가동으로 난 수익으로 이 차관을 갚는 방식이다. 원전은 사업 규모가 커 자금력이 없는 나라에서 쉽게 지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자국 원전 수출 확대를 위해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을 많이 활용해 왔다.

문제는 최근 금융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 정부가 엘다바 원전 건설을 위한 자금을 투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러시아 주요 은행과 거래를 중단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도 퇴출했다. 이 영향으로 루블화 가치가 30% 이상 폭락하며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은행 외화자금 이체까지 제한하며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러시아 정부가 원전 수출을 위해 다른 나라에 차관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러시아 돈줄이 막힌다면, 한국 업체는 사업을 참여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강력한 금융 제재 여파로 러시아 실물 경제 타격이 본격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러시아가 추진하는 해외 원전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직접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을 게 아니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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