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가 함께라는것 증명해달라" EU 울린 젤렌스키의 호소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삶은 죽음을 이길 것이고, 빛은 어둠을 이길 것입니다.(life will win over death and light will win over darknes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특별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EU 의원들은 그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영어로 전하던 통역사는 울먹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같은 연설은 우크라이나가 EU 가입을 공식 요청한 다음 날 이뤄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EU 특별 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EU 특별 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특별 회의가 열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을 향해 "우리는 유럽의 동등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란 것을 증명해달라. 여러분이 우리를 놓지 않으리란 것을 증명해달라. 여러분이 정말로 유럽인임을 증명해달라. 그러면 삶은 죽음을 이길 것이고, 빛은 어둠을 이길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EU는 우리와 함께 할 때 훨씬 더 강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여러 EU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지고 '#standwithUkraine(#우크라이나와 함께)'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된 스카프나 리본을 한 채 출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 연설을 마치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힘찬 박수를 보냈다.

통역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리는 우리의 영토와 자유를 위해 싸운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울먹이기도 했다.

1일 EU 회의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일 EU 회의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8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특별 절차를 통해 즉시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라트비아·리투아니아·불가리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에스토니아·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8개국 정상은 즉시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일 화상 연설을 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일 화상 연설을 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리들의 말은 인용해 EU 회원국 대사들이 1일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가능성에 대한 초기 평가를 촉구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들에 따르면 EU 회원국 대사들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이에 대한 평가를 요청할 예정이다. 또 EU 회원국 정상들은 오는 10∼11일 프랑스에서 열릴 정상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관리들은 전했다.

EU 가입 절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U 가입 절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당장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의장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후 "유럽의회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요청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유럽 내에 (회원국 추가 확대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가입 협상을 개시하는 데에만 27개 EU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고, 통상 EU 가입 절차는 수년이 걸린다고 전했다. 2013년 EU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크로아티아는 가입까지 10년이 걸렸다.

1일 유엔 회의장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사전 녹화 형식으로 화상을 통해 발언하자 외교관들이 항의의 표시로 퇴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일 유엔 회의장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사전 녹화 형식으로 화상을 통해 발언하자 외교관들이 항의의 표시로 퇴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유엔(UN)의 회의장에서 러시아 외무장관이 화상을 통해 발언하자 세계 각국의 외교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화면에 등장하자, 회의장에 있던 미국·영국 등 각국 외교관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해 100여 명의 외교관들이 줄지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고 외신은 전했다.

퇴장 시위를 주도한 예브헤니이아 필리펜코 주제네바 우크라이나 대사는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놀라운 지지를 보여준 여러분께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보다 약 한 시간 앞서 이뤄진 유엔 군축 회의장에서도 라브로프 장관의 화상 연설이 시작되자 외교관들이 줄지어 회의장을 나가 밖에 마련된 우크라이나 국기 앞에 모여 손뼉을 쳤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