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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대법관 세딸 초본 공개…수원·판교 전입기록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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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조재연 대법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조 대법관의 손에 대장동 관련 뉴스 기사가 들려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대장동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장진영 기자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조재연 대법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조 대법관의 손에 대장동 관련 뉴스 기사가 들려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대장동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장진영 기자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서 ‘그분’ 의혹이 제기되자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인한 조재연(66·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세 딸의 전입신고 내역이 담긴 주민등록초본과 부동산 관계 서류 등 증빙 자료를 28일 언론에 공개했다. 공개한 자료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7)씨가 녹취록에서 대법관 딸에게 제공했다고 언급한 수원 아파트나 대장동 또는 판교 타운하우스에 조 대법관 가족이 거주한 전입신고 내역은 없었다.

조 대법관 부부와 세 딸 등·초본…23일 기자회견 해명과 일치

조 대법관은 28일 53쪽 분량인 본인과 배우자 그리고 딸 3명의 거주 관계 자료를 대법원 출입기자단에 제공했다. 조 대법관은 가족 관계를 증빙할 가족관계증명서와 본인과 배우자, 미혼이라 계속 함께 거주했다는 셋째 딸의 거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표 등본과 초본,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기혼인 장녀와 차녀의 거주관계를 증빙할 등·초본과 아파트 임대차계약서, 관리비납부확인서, 배우자의 재직증명서 등도 제공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조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만배씨와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가 지난해 2월 4일 나눈 대화 녹취록에 등장한다. 김씨는 이 녹취록에서 정 회계사에게 "수원 ○○(…) ○○○호, 여기는 조재연 대법관님 따님이 살아. 대법원 도와줄 수 있어. 응?"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 그게 그거야"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10월엔 별도로 김씨가 ‘천화동인 1호’ 명의로 2019년 매입한 60억원대 판교 타운하우스에 대해 “외교관과 결혼한 모 대법관의 딸이 국내에 체류할 때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언급된 대법관의 성(姓) 때문에 조 대법관이 의심을 받았다.

조 대법관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김만배는 물론 대장동 그 누구와도 일면식·일통화도 없다"며 세 딸이 김씨가 언급한 곳에 산 적이 없다고 했다. 조 대법관은 "제 딸들은 함께 거주하고 있다가 딸 하나(둘째 딸)는 2016년 결혼해 분가해서 그 이래 서울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고, 다른 딸 하나(첫째 딸)는 작년에 결혼해 분가해서 (용인시) 죽전에 살고 있다"며 "막내딸 하나는 현재까지도 저와 함께 (30년째 같은 거주지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JTBC]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JTBC]

한 명은 시댁에서 미혼 시아주버니와 등본상 거주…"해외 취업"

이날 공개한 자료는 조 대법관의 해명과 대체로 일치한다. 먼저 셋째 딸은 조 대법관 부부와 계속 함께 살았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출생 등록이 된 이후 서초동에서 쭉 살았다.

첫째 딸 부부는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말 태어난 자녀와 함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등본상에 남편의 형제도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에 대해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거주 형태가 아니냐는 질의에 조 대법관은 중앙일보 취재진과 통화에서 "첫째 사위의 형이 미혼이고 해외에 있어 주민등록은 그대로 둔 것"이라며 "첫째 딸 부부는 결혼한 이후 사돈댁에서 거주했다"고 말했다.

둘째 딸은 2016년 11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살다가 2018년 11월에는 서초동으로, 2021년 5월에는 용산구 한강로동으로 주거지 등록을 옮겼다. 조 대법관은 딸들의 해당 거주지의 관리비 납부내역서는 물론 남편이 외교관이 아닌 것을 입증하기 위해 남편의 재직증명서까지 첨부했다. 조 대법관이 제공한 자료의 기록상 세 딸 모두 김씨가 언급한 수원이나 판교엔 거주한 흔적은 전혀 없다.

기자단은 조 대법관 가족의 거주 관계뿐만 아니라 대법관 취임 이후 현재까지 ▶'조재연 대법관 방문 목적'의 대법원 청사 출입 내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은수미 성남시장 사건 상고심 과정에서의 심의 내용 또는 회의록 ▶재판연구관의 검토보고서 및 내부 전자시스템 등록 여부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거주관계에 관한 소명자료가 아니거나 조재연 대법관 개인이 제출할 수 없는 서류는 (공개)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뉴시스·연합뉴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뉴시스·연합뉴스

신빙성 흔들리는 '녹취록'…"檢, 입증 부담 커져"

정치권에선 '대장동 녹취록'에서 '그분'이 현직 대법관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조 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해 논란이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대장동·화천대유와 관련해서 지금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다라는 게 확인이 돼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아무 근거 없이 '모든 자료가 이재명을 가리킨다'고 했던 것에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이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이 정영학 녹취록에 50억 빌라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걸 가지고 이재명 후보가 의혹을 벗었다고 여기저기 홍보하고 다닌다"며 "이재명 후보 대법원 파기환송한 주역이 바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이라고 썼다.

이와 관련해 조 대법관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방송 토론에서 한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을 직접 거명하면서 '화천대유 관련해서 지금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확인이 됐다'며 직접 현직 대법관 성명을 거론했다"면서 "제 기억으로,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조 대법관이 '대장동 녹취록'의 신빙성을 흔드는 입증 자료를 공개하면서 이 녹취록을 기반을 둬 수사해 온 검찰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입증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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