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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너구리 팔던 그곳, 역시나…"中우한시장이 코로나 기원"

중앙일보

입력

우한 화난 수산시장. 연합뉴스

우한 화난 수산시장. 연합뉴스

다국적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중국 우한(武漢)의 수산물 시장으로 지목하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한동안 또 다른 유력한 가설로 제기됐던 코로나19의 '연구소 유출설'을 부정하는 것이다.

2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리조나대·고려대 등 한·미 연구진을 비롯해 영국·호주·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다국적 연구진이 참여한 2개 연구팀은 중국 우한 수산물시장이 코로나19의 기원이라는 내용의 연구보고서 2건을 발표했다. 2건의 보고서는 총 150쪽 분량으로, 아직 과학저널에 실리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지난 2019년 12월 우한의 화난(華南) 수산물도매시장에서 판매된 살아 있는 포유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있었으며, 이것이 2차례에 걸쳐 이 시장의 상인이나 고객에게 옮겨갔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봤다. 하지만 또 다른 가설 '연구실 유출설'의 무대로 지목됐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이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것을 지지하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건의 연구에 모두 참여한 진화생물학자 마이클 워러비 애리조나대 교수는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보면 팬데믹이 화난 시장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유별나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진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기원을 찾기 위해 광범위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중 하나는 2019년 12월 우한에서 나온 코로나19 확진자 156명의 위도와 경도를 추정한 것이다. 이를 분석한 결과 가장 확진자 밀도가 높은 곳은 우한 시장 주변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국의 SNS인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중국 과학자들이 수집해 올린 2020년 1월과 2월의 확진자 737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한 시장과 떨어진 곳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고령자들이 많이 사는 우한의 중심부였는데, 연구진은 우한 시장이 코로나19 발병의 기원이고 이후 이웃 동네를 거쳐 도시의 더 먼 지역으로 번져나간 것으로 판단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단지 우연에 의해 이런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극도로 낮은 것으로 나왔다.

연구진은 또다른 증거로 2019년 말 코로나바이러스의 잠재적 숙주로 알려진 너구리 등 포유류가 이 시장에서 판매된 점을 들었다. 실제로 2020년 1월 이 시장 남서부의 바닥·벽 등에서 채취한 유전 샘플에선 코로나19의 흔적이 나왔는데,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상점이 밀집한 지역이다.

팬데믹 초기 몇 주간 채집된 코로나19 진화 계보를 분석한 결과는 또 다른 단서가 나왔는데, 혈통이 크게 두 갈래로 갈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두 개 혈통에서 일어난 변이를 조사한 결과 각각 다른 동물에서 기원해 사람으로 옮겨왔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어느 동물에서 시작됐는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연구 역시 코로나19의 기원에 관한 확정적인 연구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제시 블룸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 박사는 "연구결과가 사실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연구의) 데이터가 이런 시나리오들이 사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 충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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