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으로 다시 북에 가고 싶다”/문 목사 석방소감ㆍ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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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몸 붓는 것 제외하고는 건강”
○…전주 예수병원 725호실에 입원하고 있던 문익환 목사는 20일 오후 5시40분쯤 전주지검 공안담당 강영권 검사의 지휘를 받은 염창근 전주교도소장으로부터 형집행정지가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연노란색 모범수복을 입고 입원실을 나온 문 목사는 턱수염이 길었을 뿐 밝은 표정이었다. 문 목사는 웃음을 띤 채 부인 박용길 씨(71)와 큰아들 호근씨(44) 및 문규현 신부 친형인 문정현 신부 등의 부축을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7층에서 1층 로비로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문 목사는 1층 로비 대기실 의자에 앉아 첫마디로 『방북 5명 가운데 먼저 석방돼 임수경 양 등 남아 있는 4명에게 미안하게 됐다』며 『이들도 곧바로 석방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15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석방소감 등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목사는 『합법적으로 정정당당하게 다시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최근 정부의 통일추진방식에 대해서는 『지난해 방북했을 때 김일성 주석을 만나 정치적ㆍ군사적 회담을 거쳐 민주적으로 통일하자는 약속을 받았는데 지금 진행중인 남북총리회담이 김 주석과의 약속대로 추진되고 있어 정부의 통일추진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되고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문 목사는 특히 현재 건강상태에 대해 『몸이 붓는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이 아주 좋다』고 건강이유를 들어 석방했다는 당국의 설명에 일침.
○…서울 수유2동 527 문 목사 집에는 20일 오후 영금(42)ㆍ사위 박성수(42) 씨 부부만이 빗발치는 축하전화를 받으며 문 목사를 맞이할 준비에 분주했다.
부인 박용길 씨(71) 등 나머지 가족들은 문 목사를 마중하러 19일 이미 전주로 내려가 집에 없었다.
영금씨는 19일 전주교도소장과 교도소내 담당의사가 문 목사 건강이 좋지 않아 곧 석방될 것 같다고 말해 석방 가능성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처럼 빨리 나올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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