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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5천이면 강남에 25평 짓는다" SH사장 반값아파트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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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토지를 제외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서울에 3억~5억원대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사장은 강남구 세곡동 아파트 분양원가를 근거로 제시하며 “강남권도 평균 건설원가는 25평 기준 1억5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곡동 분양원가 평당 1120만원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1층 로비에서 세곡2지구 4개 단지 분양원가 등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1층 로비에서 세곡2지구 4개 단지 분양원가 등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24일 김 사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설명회에서 취임 후 3번째로 SH가 공급한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SH에 따르면 강남구 세곡 2-1단지, 2-3단지, 2-4단지, 2-6단지의 분양원가는 평(3.3㎡)당 1039만~1275만 원으로 평균 1120만 원 수준이었다. 앞서 SH가 공개한 강동구 고덕가일 4단지와 송파 오금1단지의 분양원가는 각각 평당 1135만 원, 1078만 원이었다.

김 사장이 분양원가를 연이어 공개한 이유는 반값 아파트 공약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SH가 건물만 지어 분양하고, 매월 토지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김 사장은 “고덕강일 4단지, 오금1단지, 세곡2-1단지의 건설원가만 따지면 평당 평균 611만 원 수준”이라며 “1억5000만 원이면 25평 집 한채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올 한해 분양원가를 계속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5억, 非강남 3억원에…임대 100년”

김헌동 SH 서울도시주택공사 사장이 24일 서울 강남구 SH공사 본사에서 취임 100일 출입기자간담회 및 강남지역 분양원가 공개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헌동 SH 서울도시주택공사 사장이 24일 서울 강남구 SH공사 본사에서 취임 100일 출입기자간담회 및 강남지역 분양원가 공개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거론된 반값 아파트 분양가는 강남권 5억 원, 비강남권 3억 원대다. 김 사장은 “건물만 분양하는데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분양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SH는 약 15만채의 공공주택 유지·관리비로 연간 3000억 원 가까운 돈을 쓴다”며 “ 지난 10년간 SH가 받는 임대료는 거의 동결인데 내야할 종합부동산세는 300억 원 가량 늘었다. 이런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100년동안 재건축이 필요없는 ‘백년주택(가칭)’을 공급하고, 임대 기간도 100년으로 늘리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SH가 공급하는 주택의 질을 민간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건축비를 더 투입하고, 이를 위해 ‘서울형 건축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방공기업이 공공택지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선 ‘기본형 건축비’를 적용받는데 서울형을 따로 신설, 25평 기준 건축비를 2억~2억5000만 원으로 책정하겠다는 설명이다.

“대선주자도 반값 아파트 공약”

김 사장은 유력 대선 후보들이 비슷한 내용의 공약을 제시한 만큼, 반값 아파트 공급에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 사장은 “약 보름후면 새 정부가 들어설텐데, 대통령 후보들이 이미 건물만 분양하는 형태의 주택 공급 공약을 발표한 상태”라며 “누가 당선이 되든 서울형 건축비처럼 (제도 개선에 대하) 명확하고 충분한 설명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반값 아파트 공급 시기에 대해선 “빠르면 상반기 중 (공급계획을)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이 외에 SH는 아파트 외에 빌라, 다세대 등 건물도 반값 아파트와 같이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로또분양, 실현가능성 우려도 

SH공사가 24일 밝힌 강남권 아파트 분양원가, 실제 분양금액, 분양수익 등 비교. [SH공사]

SH공사가 24일 밝힌 강남권 아파트 분양원가, 실제 분양금액, 분양수익 등 비교. [SH공사]

일각에선 이 같은 구상에 대해 “로또분양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된 LH강남브리즈힐은 의무 거주기간이 끝난 후 10억 원이 훌쩍 넘는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SH는 분양받은 사람이 주택을 되팔 때 시중금리 수준 이익만 붙여 공공기관에 양도하는 공급 방안(환매조건부)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외에 SH 등 지방 공기업에도 사람들이 주택을 팔 수 있도록하는 주택법 개정이 필요하다.

반값 아파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저렴한 분양원가에도 그간 실제 분양금액은 SH공사의 수익률 등이 붙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고덕강일 4단지의 평당 분양가는 1765만 원(수익률 35.7%), 오금 1단지는 1607만 원(수익률 32.9%), 세곡2-1단지는 1355만 원(수익률 23.3%)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향후 서울형 건축비 등 도입으로 분양 수익률은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이 때문에 정부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 동안은 땅을 포함해 분양하고 거기서 이익이 나야 임대사업을 할 수 있다는 방식이었는데 주택공급에 대한 개념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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