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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사고 화정아이파크 시행사 '미등기전매' 혐의 포착

중앙일보

입력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수습이 마무리되면서 지난 9일 경찰 수사본부, 고용노동부, 검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사고 원인 규명 수사를 위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수습이 마무리되면서 지난 9일 경찰 수사본부, 고용노동부, 검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사고 원인 규명 수사를 위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 비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HDC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의 ‘미등기 전매’ 혐의를 포착하고 강제 수사에 나섰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24일 부동산 등기 특별조치법 위반(미등기 전매) 혐의로 HDC아이앤콘스, 토지 대리 매입 업체, 철거업체 등 4곳에 대한 압수 수색에 착수했다.

HDC아이앤콘스는 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로,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의 시행사다.

경찰은 HDC아이앤콘스 측이 지역 중소업체 A사를 내세워 화정아이파크 신축 대상 부지 23개 필지(약 2만㎡)를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A사는 원부지 소유자들에게 HDC아이앤콘스 측이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주변 시세대로 부지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브랜드 가치가 있는 현대산업개발 측이 시행사라는 걸 알았다면 더 비싸게 땅을 팔거라고 보고 이를 숨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사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할 때 매수인의 명의를 공란으로 해두고, 나중에 HDC아이앤콘스 명의를 적어넣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또 A사가 부지를 사들인 뒤에 등기 변경 절차도 밟지 않고, 원소유주가 바로 HDC아이앤콘스 측에 토지를 매도한 것처럼 등기를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역 중소 업체가 HDC아이앤콘스 대신 토지를 매입해, 브랜드 아파트 건설 사실을 숨겨 시세 정도로 땅값을 매입한 후 비싼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해 막대한 개발 이익을 얻으려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미등기 전매 과정에서 양도세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에 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은 HDC아이앤콘스 관계자들을 추가 입건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향후 압수물을 분석해 미등기 전매 혐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입증할 계획”이라며 “토지 매수 과정에서 외부세력이 개입한 강제 매수 행위가 있었는지도 향후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이러한 행태는 시민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내 굴지의 회사가 시민들의 불이익을 주면서까지 탈법ㆍ불법을 동원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의 운영이 이번 화정동 참사의 진정한 숨은 원인일 것”이라며 “그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는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붕괴사고로 하청업체 직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경찰 수사본부는 붕괴 원인과 책임자 규명과 관련 총 14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불법 재하도급과 계약 비위는 별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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