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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점거 일부 풀더니 ‘곤지암 허브’에 모인 택배노조…강온 ‘양면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전 7시 택배노조 노조원 120여명이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앞을 가로막고 집회를 벌였다. 강기헌 기자

22일 오전 7시 택배노조 노조원 120여명이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앞을 가로막고 집회를 벌였다. 강기헌 기자

22일 오전 7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노조원 120여 명이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앞에 모였다. 전날 택배노조가 ‘마지막 대화 기회’를 언급하며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3층의 점거를 해제한 지 약 14시간 만의 일이었다. 그 결과 허브터미널에서 나가는 간선 차량들의 출차가 막혔다.

같은 날 오후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선 기습 시위가 있었다. 시위를 한 택배노조원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날 본사 점거가 일부 해제되면서 화해 국면이 기대됐지만, 노사의 갈등 상황은 달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일각에선 택배노조가 ‘강온 양면 작전’을 편다는 분석도 나온다.

곤지암 허브 충돌, 이순신 장군 동상 점거

22일 오전 7시 택배노조 노조원 120여명이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앞을 가로막고 집회를 벌였다. 강기헌 기자

22일 오전 7시 택배노조 노조원 120여명이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앞을 가로막고 집회를 벌였다. 강기헌 기자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노조가 이날 오전 7시부터 곤지암 허브 앞을 가로막고 곤지암 허브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보안인력과 경찰은 노조원들과 대치했다. 노조원들은 곤지암 허브에서 나가는 간선 차량 100여대의 출차를 막았고 이 여파로 아르바이트 인력이 탄 퇴근 버스도 몇 시간 동안 도로에 묶였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곤지암 허브는 CJ대한통운의 수도권 지역 택배를 책임지는 터미널이다. 이곳이 막히면 수도권 지역 택배 배송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곤지암 허브는 하루 약 250만개 택배를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급 규모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동상에 올라가 CJ대한통운과 대화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동상에 올라가 CJ대한통운과 대화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노조 “아사 단식 중인데…대화 기미 안 보여 집회”

택배노조 측은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 물과 소금마저 끊는 ‘아사 단식’을 시작했지만, 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차원의 집회를 열었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파업 57일이 지났지만, 대한통운은 대화에 나설 기미가 없다. 본사 3층 점거도 풀었고 위원장은 아사 단식에 돌입했는데도 상황에 변화가 없으니 가장 큰 허브인 곤지암 앞에서 집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곤지암 허브 앞에 200여 명이 모이는 것으로 경찰에 집회신고를 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달 15일까지 경기 광주시 곤지암·도척 허브 두 곳에 연속적으로 택배노조의 집회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오늘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오후 3시 20분쯤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을 점거하고 기습 시위에 나선 택배노조원 4명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미신고 집회)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이들은 ‘더이상 죽이지 마라! CJ대한통운은 지금이라도 당장 대화에 나서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동상에 올라 구호를 외쳤다.

2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2022 전국 택배 노동자대회에서 진경호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이날 CJ대한통운 본사 3층 점거농성을 해제하는 한편,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2022 전국 택배 노동자대회에서 진경호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이날 CJ대한통운 본사 3층 점거농성을 해제하는 한편,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 측 “물량 가장 많은 날 출차 방해”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의 ‘양면 전략’을 비판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노조가 바리케이드를 돌파해서 들어왔다. 어떻게 진입 시도가 아닐 수 있냐”며 “물량이 가장 많은 화요일에 이뤄진 출차 방해와 진입 시도는 택배 서비스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와 국민 생활과 소상공인 생계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고용노동부가 밝힌 대로 택배기사의 사용자는 대리점”이라며 “23일까지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대리점연합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으로 대리점과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택배 물량도 타 업체로 빠져나가 향후 걱정이 크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노조가 빨리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 3층 인력을 퇴거시키며 대화를 운운했던 노조가 핵심 시설 점거를 시도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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