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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10년간 26개 알짜노선 내놓는 조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조건부로 승인 결정 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을 승인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LA‧뉴욕‧바르셀로나‧런던 등 국제선 26개 노선의 시장점유율을 줄이는 조치를 하라고 했다. 이 같은 조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운임을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점유율 50% 넘는 노선 제한

인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함께 있는 모습. 뉴스1

인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함께 있는 모습. 뉴스1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국제선 26개 노선, 국내선 14개 노선에서 운임인상 등의 경쟁제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노선은 결합 후 점유율이 100%로 독점이 되거나 집중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들 노선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 항공사의 슬롯(공항에서 받은 시간대별 운항 허가)‧운수권을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공정위 결론이다.

경쟁이 제한된다고 본 26개 국제선 노선은 미주(5개)‧유럽(6개)‧중국(5개)‧일본(1개)‧동남아(6개)‧기타(3개) 등이다. 뉴욕·LA·파리·로마·베이징·칭다오·시드니·푸켓 등 국내 항공 이용자가 선호하는 노선 대부분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두 회사를 합쳐서 노선 점유율이 50%가 넘으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봤다. LA‧뉴욕‧바르셀로나 등은 점유율이 100%다.

경쟁제한성 있는 국제노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쟁제한성 있는 국제노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행기간 10년…될 때까지 운임 제한

슬롯과 운수권을 당장 반납해야 하는 건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노선에 다른 항공사가 진입한다는 게 가정이다. 신규 진입 항공사가 양 사가 가진 슬롯이나 운수권을 필요로 하면 내줘야 한다는 의미다. 얼마만큼 내줘야 하는가의 기준은 노선점유율이다. 한 노선에서 양 사 통합점유율이 50% 이하로 축소될 때까지 슬롯과 운수권을 재분배한다. 이미 결합 전에 한 회사 점유율이 50%가 넘었다면, 그 수준까지 허용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이 같은 조치를 이행하는데 10년의 기간을 내걸었다. 10년간 경쟁제한성 해소 조치를 하도록 하고, 마무리되기 전까지 물가상승률 이상의 운임 인상을 제한한다. 이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좌석 공급 축소도 금지했다. 항공 마일리지도 2019년 기준 제도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지 못 하도록 했다. 양 사가 합병하면 마일리지 통합 방안도 공정위가 추가 심사한다.

국적항공사 경쟁력 저하 우려

공정위의 이 같은 조건부 승인으로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항공사의 중복 국제노선은 총 65개인데 이 중 40%(26개)의 노선이 재분배 대상으로 지정됐다. 운수권은 국가 간 협약이라 국내 항공사 내에서 재분배해야 하지만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신규 진입하긴 쉽지 않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현실적으로 국내 LCC가 장거리 노선 운항에 진입하는 데 애로가 있다는 우려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결국 신규 진입이 외국항공사에 한정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외국항공사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코로나·해외 결쟁당국 변수

이마저도 낙관적인 결과다.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외항사가 국내 노선 취항에 관심을 가질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측에서 외항사 등을 접촉해 진입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진입 항공사가 없다면 국내에선 10년간 운임 인상 등 경영에 제한이 생긴다. 해외 경쟁당국은 승인 자체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EU‧중국‧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의 결합심사 결과도 기다려야 한다. 공정위는 해외 경쟁당국이 이번 공정위 시정조치와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다시 전원회의를 열어 조치 내용을 보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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