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이 野장면 유세 막았다" 2·28 민주운동 美문서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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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2·28 민주운동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문서가 발견됐다. 외국 정부의 2·28 민주운동 관련 문서가 발견된 것은 62년 만에 처음이다.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측은 "1960년 3월 당시 매카너기(McConaughy) 미국 대사가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 중 일부와 미8군 사령부가 작성한 일일정보보고 문서 중 일부에서 2·28 민주운동 상황이 기술된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미국 문서는 백재호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기획홍보국장이 미국가기록청 등에서 발견하고, 번역·분석은 경북대 영문학과 김노주 교수가 맡아 『미국이 본 2·28민주운동』이란 제목의 논문 발표를 앞두고 있다.

2.28 민주운동 관련 미국 문서들. [사진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미국 문서엔 학생들의 시위 동기, 배경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에 따르면 1960년 3월 1일 오전 10시 매카너기 대사는 미 국무장관에게 전문을 타전한다. 전문에는 2·28 민주운동이 28일 당일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은 '대구에서 (선거 유세 행사) 참석 인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경찰이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그 결과로 행사 참석을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반발해 고등학생들의 항의 시위 한 건이 일어났다' 등의 내용이다. 2·28 민주운동 하루 전인 27일 선거 유세 동원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앞서 있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2·28 당시 정부는 대구 수성못에서 열리는 야당 후보 장면 박사의 연설회에 고등학생들을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요일 등교를 지시했다. 이에 저항한 경북고·경북여고 등 대구지역 8개 고교생이 여당이던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맞서 일어났다. 정부 수립 이후 첫 민주화 운동으로 꼽히는 2·28은 이후 3·15마산의거, 4·19민주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카너기는 이틀 뒤인 3월 3일 오후 5시에도 미 국무장관에게 또 다른 전문을 보낸다. 2월 28일 민주운동이 있던 일요일 당시 야당 후보였던 장면 박사 연설 날 내려진 갑작스러운 등교 조치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문에는 '정상적이라면 그날(일요일)은 휴일이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 열리는 (장면 박사가 속한) 민주당 집회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썼다. 2·28 민주운동의 불씨가 된 배경을 미국 본국에 타전한 게 첫 확인된 것이다.

2·28일 민주운동의 참여 규모에 관한 내용도 미국 문서에 담겨 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2월 28일) 1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약 100여 명이 경찰에 구금됐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학생들이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대항해 일어난 2·28 민주운동 당시 장면. [사진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1960년 3월 1일과 2일 작성된 미8군 사령부 일일정보 보고서에도 2·28 민주운동에 관한 내용이 있다. '(2월 28일) 산발적인 시위가 밤늦게까지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민주운동의 향후 확산세에 관한 의견도 포함됐다. '3·1절 기념행사 중 공정선거학생대책위원회가 2월 28일 대구 학생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전단을 서울 운동장에 뿌렸다. …일요일 강제 등교는 한국 전역에 더 많은 더 규모가 큰 시위를 촉발할 것이다' 등의 내용이다. 미국 문건처럼 실제 2·28 민주운동은 3·15 마산 의거와 4·19 혁명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

대구 두류공원에는 이를 기념한 '2·28 학생의거 기념탑'이 있다. 탑에 적힌 비문에는 '분연히 교문들을 박차고 일제 뛰쳐나와 몰려드는 경찰의 빗발 같은 철권과 발길에도 무릅쓰고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학원을 정치도구화 하지 말라 소리소리 외치며 온 거리를 메워 묻었으니 이날이 1960년 2월 28일이더라'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