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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80억 아파트, 1억 떨군 급매물 다 있다…서울 이상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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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거래절벽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거래절벽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역대급 '거래절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입지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쪽에선 이전 거래가격보다 수억 원 높은 최고가에 거래가 이뤄지지만, 다른 한쪽에선 매도호가를 1억원 이상 낮춘 급매물도 좀처럼 팔리지 않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는 1283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월 5945건보다 78.4% 급감한 수치다. 월간 거래량 기준으로 2013년 1월 1213건에 이어 두번째로 낮다.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 돈줄죄기 여파에, 집값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탓이다.

이런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서울 아파트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주 부동산원의 주간(2월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일주일 전보다 0.02% 떨어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2곳의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실제 급매물 거래만 간헐적으로 이뤄지면서 실거래가가 이전 최고가 대비 1억~2억원 하락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집값이 큰 폭으로 뛴 서울 외곽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삼성래미안' 전용면적 60㎡(6층)는 지난달 12일 7억20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해 9월 거래 건인 8억4800만원(9층)보다 1억28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의 전용 59㎡는 지난 10월에 매매된 7억8000만원(18층)보다 8000만원 낮은 가격인 7억원(10층)에 거래됐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최고가 경신 사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최고가 경신 사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일부 강남 대표 단지의 분위기는 다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차 전용면적 196.21㎡는 80억원(9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0월(22일) 72억9000만원(16층)보다 7억1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76㎡ 역시 지난달 5일 74억5000만원(25층)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10개월 전의 해당 면적 최고 거래가(64억원)보다 9억5000만원 올랐다.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물이 쌓이고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서도 집주인들이 오히려 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매물의 평균 가격은 1억8068만원(39억3607만→41억1675만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 전용 129.92㎡(61억원)는 지난달 21일 최고가 거래를 기록하기도 했다. 뱐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금 문제 등으로 급하게 팔아야 할 집주인들의 매물은 이미 소화된 상태"라며 "가격을 낮춰 팔아야 할 이유가 없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주요 자치구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서울 주요 자치구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파트값 변동률에서도 지역별로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주간 조사 누적 기준으로 올해 서초구 아파트값은 0.16% 올랐다. 용산구(0.12%), 강남구(0.10%) 등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성북구(-0.21%), 노원구(-01.12%), 강북구(-0.12%) 등 서울 외곽지역은 하락 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까지는 거래절벽이 이어지며 입지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공존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정책 변화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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