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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24조' 뭐길래…윤석열은 콕 찍어 없애려 하나

중앙일보

입력

2월 10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2월 10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수처법 24조를 콕 찍어 없애겠다고 나선 건 공수처가 지난해 1월 21일 출범 이후 해당 조항을 근거로 검찰의 정권 겨냥 수사를 방해했다는 등의 온갖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24조, “공수처에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우월적 지위” 

윤석열 후보는 지난 14일 「사법분야 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고위공직자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독소 조항을 폐지해 검찰·경찰도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법 24조를 독소 조항으로 지목했다.

현행 공수처법 24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올 수 있고,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공수처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 공수처는 이렇게 타 기관에서 통보 받은 범죄 사실에 대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도 있다. 거꾸로 공수처는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을 임의로 검·경 등에 이첩할 수도 있다.

공수처법 제24조(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①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하여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
②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
③ 처장은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추어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
④ 제2항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등 사실의 통보를 받은 처장은 통보를 한 다른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처규칙으로 정한 기간과 방법으로 수사개시 여부를 회신하여야 한다.

애초에 국회에서 공수처에 고위공직자범죄 수사의 우선권을 준 건 기존 검찰과 경찰의 ‘정권 눈치보기’ ‘제 식구 감싸기’ 수사 폐해를 해소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선 정권의 입김 아래 있는 공수처가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에 대해 사건을 가져와 뭉개는 데 활용했다는 등의 논란이 불거졌다.

공수처, 정권 겨냥 수사 검찰에 ‘줬다 뺏었다’ 하며 혼선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수원지검 수사팀(부장검사 이정섭)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가 지목된다. 검찰은 “공수처 외의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라는 공수처법 제25조 2항에 따라 지난해 3월 3일 대표적인 친정권 성향 검사로 꼽히는 이성윤 고검장과 이규원 부부장검사 등의 연루 혐의를 공수처로 넘겼는데, 이후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를 근거로 온갖 잡음을 냈다.

공수처는 같은 해 3월 12일 “아직 수사인력이 준비돼 있지 않다”라는 이유로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기소 권한은 빼고 수사 권한만 이첩할 테니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공수처로 다시 사건을 넘겨라”라며 초유의 ‘기소 유보부 이첩’임을 밝혀,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정섭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장은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경우 다른 수사기관이 더는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한 경우에도 공수처는 더 그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라고 반발했다. “사건을 이첩하면서 수사 권한만 이첩한다는 건 해괴망측한 듣도보도 못 한 논리”라면서다.

2월 1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2월 1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또 김진욱 공수처장이 수원지검에 사건을 재이첩하기에 앞선 3월 7일 자신의 관용차로 이성윤 고검장을 에스코트 조사(황제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공수처가 이 고검장을 봐주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사건을 검찰에 기소 유보부 이첩을 한 건 검찰의 기소를 막으려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도 일었다. 이후 검찰은 공수처의 요구를 무시하고 이 고검장 등을 기소했고, 법원은 이런 검찰의 처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6월 초에는 검찰의 불법 출금 수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문홍성 검사장을 포함한 나머지 검사들의 연루 의혹 부분을 다시 이첩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검찰이 “공수처와 검찰이 중복수사 중일 때만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데, 현재 중복수사 상태가 아니다”라며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공수처는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해 사건을 틀어쥔 뒤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않아 뭉개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아울러 공수처는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부장검사 변필건)으로부터 넘겨받은 이규원 검사의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포함한 ‘청와대발 기획 사정(司正)’ 의혹에 대해선 지난해 4월 수사에 착수한 뒤 8개월가량 뭉개다 같은 해 12월 결론을 내지 않고 되돌려보냈다. 공수처는 “의혹의 나머지 부분을 수사한 중앙지검이 합일적으로 최종 처분하는 게 좋아 보인다”는 이유를 댔지만, “기소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후 중앙지검이 이규원 검사를 추가로 기소했다.

경찰로부터 조희연 특혜채용 의혹 가져와 ‘공 가로채기’ 논란

검찰의 수사를 방해한다는 논란뿐만이 아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를 근거로 경찰의 공을 뺏었다”라는 비판도 받는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경찰에 국가공무원법상 시험·임용방해 혐의로 고발한 적 있다. 그런데 공수처가 감사원으로부터 수사 자료를 넘겨받고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인지한 데 이어 관련 범죄로 시험·임용방해 혐의를 추가 인지한 뒤 “중복수사를 막겠다”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사건을 가져왔다.

공수처는 이후 9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교육감을 기소했지만, 조 교육감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는 공수처에 “소 잡는 칼로 감자 깎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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