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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그보다 값진 열정…2022 겨울은 뜨거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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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코로나19 펜더믹을 뚫고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20일 폐회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우려와 기대 속에 열린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국민은 울고, 또 웃었다. 우리는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환호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도 실망하지 않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이 흘린 피와 땀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우리는 안다. 다음 겨울올림픽은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열린다. 스포츠팀

황대헌·최민정, 벽 뛰어넘은 값진 금

김경록 기자

김경록 기자

쇼트트랙 황대헌(23·강원도청)과 최민정(24·성남시청)은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세운 주역이다. 둘은 나란히 남녀 1500m에서 우승해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 2개를 안겼다. 우여곡절을 뚫고 얻어낸 성과라 더 값졌다. 황대헌은 1000m 준결승에서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당했다. 그는 분노하거나 흔들리는 대신, “그 벽을 넘어서라”는 농구 레전드 마이클 조던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 결국 1500m 금메달과 남자 계주 은메달을 따내면서 실력으로 편파 판정을 뛰어넘었다. 그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젊은이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민정은 올림픽 전 부상에다 팀 내분까지 겹쳐 마음고생을 했다. 1000m 은메달을 딴 뒤 눈물을 쏟으며 응어리를 털어냈다. 여자 계주에선 ‘역대 최약체’ 평가를 딛고 은메달을 땄고, 1500m에선 막판 스퍼트로 세계 최정상의 위엄을 뽐냈다. 최민정은 “내가 받은 금메달이 60~70개 정도다. 그 중 이번 금메달이 가장 값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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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킴이 이긴 영국·일본 금·은메달

팀 킴. [뉴시스]

팀 킴. [뉴시스]

4년 전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김은정·김경애·김초희·김선영·김영미)’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전국에 ‘영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패기와 팀워크로 똘똘 뭉쳤던 이들의 도전은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경북 의성 출신 ‘갈릭 걸스’ 5명은 단숨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경험과 노련미까지 갖추고 베이징 무대에 돌아온 그들은 두 번째 겨울올림픽을 맘껏 즐겼다. 경기 때마다 TV 중계 카메라 앞에서 재치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팬들을 즐겁게 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진지함이 돋보였다. 세계 1위 스웨덴과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4-8로 패하는 등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예선을 4승5패로 마쳐 4강 진출 문턱에서 멈춰섰다.

예선에서 나란히 팀 킴에 졌던 영국(팀 뮤어헤드)과 일본(팀 후지사와)이 20일 결승에서 맞붙었다. 영국이 10-3으로 이겨 금메달을, 일본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 곽윤기, 유튜브선 ‘골드버튼’

[연합뉴스]

[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 최고 스타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33·고양시청)라 할 만하다. 그는 2019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꽉잡아 윤기’를 통해 후배들의 올림픽 준비 과정과 한국 쇼트트랙의 존재감을 생생하게 전했다. 엄숙한 표정으로 경기에 나서던 선수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응원을 받고 싶다”며 수줍게 영상 편지를 띄웠고, 진선유·성시백·이호석 등 과거 올림픽 스타들이 직접 명장면 뒷얘기를 들려줬다. 오직 ‘내부자’이면서 ‘관찰자’인 곽윤기만 제공할 수 있는 콘텐트였다. 그의 채널은 올림픽 막바지에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해 ‘골드 버튼’을 받게 됐다.

‘본업’도 잘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곽윤기는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과 결승 마지막 주자로 나서 은메달 수확에 공을 세웠다. 시상식에선 핑크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방탄소년단(BTS) 춤을 춰 BTS 멤버 RM에게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사 인사까지 받았다. 19일 귀국한 그는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중국 택한 에일린 구, 메달 3개 따내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19)는 대회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귀화한 이력이 큰 화제가 됐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 갈등이 심화하던 2019년 나고 자란 미국을 떠나 중국 행을 선택한 ‘16세 스키 기대주’의 결정에 중국인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무대에 나선 에일린 구는 빅 에어와 하프파이프(이상 금메달), 슬로프스타일(은메달)에서 입상했다. 프리스타일 스키 역사상 한 대회에서 3개의 메달을 따낸 건 그가 최초다. 세계 정상급 경기력과 빼어난 외모, 발랄한 성격이 어우러지며 몸값도 폭등했다. 중국 내 20여 개 기업과 광고 계약을 했고, 100만 달러(약 12억원) 수준이던 CF 출연료가 250만 달러(30억원)를 넘어섰다.

뜨거운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게 맞는지, 중국 국민에게 금지된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에일린 구는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김보름, 4년 전 아픔 딛고 치유의 질주

김경록 기자

김경록 기자

“메달 땄을 때보다 더 행복해요.” 김보름(29)은 지난 19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5위(8분16초15)를 차지한 뒤 이렇게 말했다.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4년 전 아픔을 훌훌 털어내는 치유의 레이스를 마친 뒤 감정이 북받친 듯했다. 김보름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팀 추월 8강전에서 팀 동료이자 선배 노선영(33·은퇴)을 의도적으로 따돌렸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김보름은 당시 관중석을 향해 큰절로 사죄하며 눈물 흘렸다. 그래도 비난은 한동안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누명을 벗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법원으로부터 ‘왕따 주행’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김보름은 “아무도 응원 안 해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많은 분이 연락 주셔서 큰 힘이 됐다”면서 “(스스로에게는) 4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이겨내 줘서 고맙다고, 이제 좀 더 편하게 웃으면서 쉬라고 말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차준환·유영·김예림, 한국피겨 삼총사

[뉴스1·연합뉴스]

[뉴스1·연합뉴스]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스타를 3명 배출했다. 여자 싱글 유영(18)과 김예림(19)은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동반 톱10에 들었다. 한국 선수 두 명이 올림픽 여자 싱글 톱10에 든 것은 처음이다. 유영은 쇼트프로그램 70.34점, 프리스케이팅 142.75점으로 총점 213.09점을 기록해 6위를 차지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2010년 밴쿠버 금·2014년 소치 은) 이후 한국 여자 싱글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4년 뒤엔 더욱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김예림도 총점 202.63점으로 9위에 올랐다. 김예림은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피겨 장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연기를 펼친 그는 은반에서 퇴장할 땐 씩씩하게 걸어 나왔는데, 이 모습을 본 네티즌이 ‘장군님 같다’고 표현했다. 차준환(21)은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연기로 남자 싱글 5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터가 올림픽에서 5위 안에 든 것은 차준환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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