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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영화인데 목포에서 못 찍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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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킹메이커’ 인제 유세 장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장서 촬영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킹메이커’ 인제 유세 장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장서 촬영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는 실화를 바탕에 둔 정치극이다. 주인공 김운범(설경구)과 서창대(이선균)는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책사 엄창록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영화는 1961년 강원도 인제 재보궐 선거부터 71년 대통령 선거까지의 여정을 숨 가쁘게 쫓아간다. 촬영도 유세전을 펼치듯 전국을 돌며 했다.

김운범은 강원도 인제 한 탄광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으로 첫 등장한다. 인제는 DJ와 인연이 깊다. 처음 금배지를 단 곳도(61년 재보궐 선거), 엄창록을 만난 곳도 인제였다. 영화 속 탄광이 실제 인제에 있지는 않다. 태백의 철암역두 선탄시설에서 촬영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빗속 결투 장면 촬영지로도 익숙한 장소다.

‘킹메이커’의 주 무대로 설정된 전남 목포는 DJ의 정치적 고향이었다. 학업도, 신접살이도, 사업도, 정치도 목포가 기반이었다. 목포항 맞은편 삼학도에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이 있다.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도 촬영 전 자료 수집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단다. 전시실의 흑백 영상이 ‘킹메이커’에도 인서트로 삽입돼 있다. 다만 실제 목포에서 촬영을 하지는 못했다. 현대화된 목포의 모습이 60~70년대와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킹메이커’에는 홍어 식당이 몇 차례 등장한다. 신민당의 40대 기수 3인이 회동한 장소도, 두 주인공이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장소도 홍어 식당이다. DJ는 실제로도 홍어 애호가였고, 그가 다녀간 몇몇 식당은 지금도 전국구 명성을 누리고 있다. 홍어집 가운데는 서울 내자동의 ‘신안촌’이 유명하다.

67년 선거 때 대통령(김종수)이 김운범을 견제해 목포까지 내려와 국무회의를 갖는 장면도 실화다. 실제 국무회의 장소는 목포 유달산 기슭의 한 호텔이었다. 영화는 충북 청주 청남대 본관에서 촬영했다. 전두환 정권 때 조성한 대통령 별장으로, 영화 ‘1987’에서는 안기부장과 치안감이 만나는 호텔로 등장했다.

‘킹메이커’의 하이라이트는 신민당 경선에서 승리한 김운범이 수많은 당원과 언론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목일 게다. 70년 신민당 경선이 실제 열렸던 장소가 옛 서울시민회관이다. 61년 당대 최대의 공연시설로 건립한 서울시민회관은 72년 12월 대형 화재로 거짓말처럼 잿더미가 됐다. 그 자리에 78년 세워진 것이 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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